기다린다고 해서 구원이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믿지 않고는 살 수 없었다고. 죽은 사람이 좋은 곳에 간다고 믿어야만 산 사람이 살 수 있는 거라고. 나는 그 말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다.
한참 후에 성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만 애쓴다니. 그건 너무 슬픈 말이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어긋나면서, 위태로워지면서, 부러지기 직전의 상태로 용케 서로를 견뎌왔는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녀는 자멸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신기했다. 이만큼의 절망으로는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사실.
혼자 있는 사람이 외롭다는 건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오해야. 사람은 자신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어서 외로운 거야.
“그녀와 나는 오늘 처음 만났어.”“그게 무슨 상관이야.”“모든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법이지.”
“이야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나요?”
“별것 아닌 상처를 입어도 가끔 그렇게 되는 이가 있지.” (…) “왜 그럴까? 왜 어떤 상처는 그토록 덧나버릴까?”
로봇과 인간이 대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것은 로봇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의, 즉 인간 대 인간의 싸움이었다.
하루를 살기 위해서는 하루가 다 필요해.
왜 '사랑에 빠진다'고 하는 걸까. 물에 빠지다. 늪에 빠지다. 함정에 빠지다. 절망에 빠지다. 빠진다는 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익숙해진 상황에서 인간은 방심한다. 매일매일 같은 일상은 확인하지 않아도 계속 이어질 거라고 믿기 마련이다.
“사람을 믿는 게 잘못은 아니야. 네 말대로 그렇게 혼자라면 믿어야 살 수 있으셨겠지.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누군가를 믿기도 해.”
한 화가 끝나면 모든 것이 리셋되고 다음 화가 시작되듯이 엉망진창인 오늘도 끝나면 내일이 된다.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진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
“조금만 생각하면 더 잘 살 수 있어.” (…) 대화를 멈추고 은주의 회초리 같은 사랑을 되새김질했다. (…) 조금만 더. 근데 얼마나 더?
대수롭지 않은듯 살아가고 싶었지 필사적으로 살아남고 싶지 않았다. 매일 매일 죽기를 각오하며 살고 싶지 않았다.
불행은 그런 환경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겨우 한숨 돌렸을 때, 이제는 좀 살아볼 만한가보다 생각할 때.
무언가를 하기로 생각하고 있다면, 설령 그것이 가벼운 인사일지라도, 언제나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이상하지, 눈은. 들릴 듯 말 듯 한 소리로 인선이 말했다. 어떻게 하늘에서 저런 게 내려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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