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라는 뜻의 제목의 책 『딕테』는 작가의 일생과 작품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자서전 혹은 콜렉션 도록과도 같다.
여러 언어와 문화의 혼재로 매우 모호하고 난해하다는 점이 차가 살다 간 짧지만 강렬한 삶과 무척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텍스트를, 그를 더욱 이해하고 싶어한다. 각 장의 제목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홉 뮤즈와 그들의 고유 예술 영역을 차용하여 명명한다.
기억의 여신 므네모쉬네(Mnemosyne)가 아흐레 동안 제우스(Zeus)와 동침하여 아홉 명의 뮤즈 신을 낳듯, 책의 구성은 가톨릭 의식인 ‘9일간의 기도(novena)’로 이루어져 있다.
차는 기도 의식을 관장하는 인물이자 작가 자신을 대변하는 여주인공 화자 ‘말하는 여자’를 소개한다.
유관순과 잔 다르크, 만주 태생인 차학경의 어머니 허형순 여사와 성 테레사가 있다. 언어와 문화의 경계에 선 여성들이자 주체적 인물이다.
이들 목소리를 빌려 자신이 경험한, 디아스포라적 삶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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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테>와 함께 읽을 책들 +모두보기
저메이카 킨케이드 지음, 김희진 옮김
민음사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 문학의 기수 저메이카 킨케이드가 직조해 낸 상실과 혐오의 역사.
카리브 지역의 탈식민주의와 디아스포라 담론을 심화한 작품일 뿐 아니라, 그간 제1세계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온 페미니즘의 외연을 크게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전 세계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는 제국주의적 기제와 식민 패권적 기획을 전복하려는 의지와 저항 정신을 담아낸 우리 시대의 선언문
- 박동명 MD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마티
이민 2세대 캐시 박 홍은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면서 겪는 감정을 마이너 필링스라 명한다. 도깨비바늘처럼 삶에 눌어붙은 이 성가신 것은 오로지 소수자만이 느낄 수 있다. 각자의 마이너 필링스-도깨비바늘을 가지고 살아가는 소외된 존재들에게 많은 공감을 일으킨 <마이너 필링스>. <딕테> 절판된 동안에 이 책이 소수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 임이지 MD
김지승 지음
난다
'딕테' 함께 읽기 강의를 진행하는 독립연구자 <아무튼, 연필> 김지승 에세이.
'이렇게 쓸 수밖에 없는 삶'을 적고 오려붙이고 다시 적는다. 여성, 글쓰기, 엄마, 몸과 질병, 나이듦, 소수자성에 대해 밀도 높은 문장으로 써내려간 실험적인 구조의 텍스트가 맞물린다.
- 김효선 MD
에이드리언 리치 지음, 이주혜 옮김
바다출판사
억압받는 주체들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가.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에이드리언 리치와 차학경은 억압받는 자들의 목소리를 계속 내기 위해 투쟁한다. 침묵을 겪어본 자들의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을 시를 통해 보여주었던 에이드리언 리치의 책이 <딕테>와 얼마나 가까운지를 찾는 것도 읽기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 임이지 MD
존 차 지음, 문형렬 옮김
문학세계사
차학경의 친오빠인 존 차의 법정소설. 1982년, 뉴욕의 한 빌딩 주차장에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뒤를 이을 차세대 예술가로 주목받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테레사 차(한국명:차학경)가 살해됐다. 모든 정황이 '그 남자'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하고, 그녀의 친 오빠는 존 차는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 진실을 밝히려 한다.
- 김효선 MD
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고혜경 옮김
한겨레출판
언어, 상징, 여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공통된다는 점에서 <딕테>와는 느슨한 연결고리가 있는 책이다. <딕테>를 읽고 언어와 여성의 경험이 부딪히는 지점에 주목하고, 이 주제에 대해 깊이 파고 들어보고 싶어졌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여신의 언어> 역시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가 최근 복간되었다.
- 김경영 MD
안드레아 롱 추 지음, 박종주 옮김
위즈덤하우스
앤디 워홀이 극으로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랐으나 끝내 실패한 솔라나스의 잊혀진 희곡 〈니 똥구멍이다Up Your Ass〉를 재해석한 이 책은 병적이고 부정적인 실존 상태로서의 ‘여성Femaleness’을 옹호한다. 여성의 정의와 여성됨을 끊임없이 되묻는 작업은 고정관념과 전형성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공유하고 있다. 낯선 방식으로 익숙한 개념을 되짚는 데에 힌트를 줄 것이다.
- 임이지 MD
샤를로트 델보 지음, 류재화 옮김
가망서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반나치 활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었던 프랑스 극작가 샤를로트 델보의 회고록. 여성들의 집단 기억으로 아우슈비츠의 진상을 드러낸 이 회고록은 국가 권력과 남성의 목소리로 쓰인 '대문자 역사' 속에 여성들의 자리를 마련해 냈다는 평을 받았으며 그 철학적, 정치적 가치는 시대를 넘어 꾸준히 재해석되고 있다.
- 박동명 MD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글항아리
자전적 글쓰기 분야의 독보적 작가인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은 여성, 유대인, 도시하층민으로 자란 작가의 삶과 어머니에 대해 다룬다. 여성과 어머니는 떼어낼 수 없는 주제 중 하나이다. (왜 그런지는 여성만이 알 것이다.) 타협도 미화도 없이 적나라한 비비언 고닉의 문체는 미술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한 실험적인 예술가 차학경 그리고 그의 어머니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에 양분을 제공해준다.
- 임이지 MD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책읽는수요일
제목 그대로의 상실. 조앤 디디온은 남편의 죽음과 딸의 병을 통해 상실의 과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탐구한다. 애도의 과정은 개인적이고 복잡하다. 하지만 이 개인적인 감정을 어떻게 집단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차학경은 식민지 역사와 디아스포라 정체성 위에서 상실, 과거의 고통으로 구성된 현재를 자기만의 모양으로 재편하고자 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다른 세계로 확장되는 과정을 체감할 수 있다.
- 임이지 MD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봄날의책
기이한 문장과 예측할 수 없는 구조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그의 대표작 <달걀과 닭>을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자서전, 소설, 역사, 시 등 다양한 장르가 상호텍스트적으로 구성된 <딕테>는 이해하기보다 음미해야한다. 리스펙토르의 책도 그러하다. 사실 본질은 모호하기에 텍스트들이 정형화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 임이지 MD
캐시 박 홍 지음, 정은귀 옮김
마티
몸, 모-음, 맘(mom), 마-음, 미-음, 마-ㄹ. 세계는 ㅁ으로 구성되고 ㅁ으로 지탱된다. 세대에서 세대로 받아쓰며 새로쓰기 되는 ㅁ의 목소리들을 번역하는 캐시 박 홍의 서사는, 부정합과 균열의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그의 시어들은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눅진한 일렁임을 전한다. 그래도 여전히 읽기가 망설여진다면 정은귀의 ‘옮긴이 후기’부터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 황인석 편집장(문학사상)
에밀리 정민 윤 지음, 한유주 옮김
열림원
한국계 이민자 시인 에밀리 정민 윤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역사와 현대의 일상적 폭력을 연결해 시간을 초월한 여성들의 고통을 증언한다. 실제 증언을 시 형태로 변형시켜 'found poetry(찾은 시)'라는 낯선 형식을 시도하기도 한다. 작가는 텍스트를 변형하고 재배열하면서 글자 사이 공백으로 더듬거리는 효과를 내어 그 과정에서 지워진 것들과 여전한 불편함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 이지현 편집자(문학사상)
루시 딜램 지음, 송섬별 옮김
오월의봄
여성의 자유와 해방에 관한 목소리는 지난 수백 년간 지구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18세기에서 21세기까지, 한국에서 러시아, 이집트, 독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시간과 장소를 아우르는 이 역사는 결코 단일하지 않다. 페미니스트들이 상상하는 미래란 근본적으로 복수의 것이며, 그 다양한 상상력들은 역사로 남았다. 지구 전체로 시야를 확장할 때, 페미니즘'들'은 더욱 많은 영감과 용기를 줄 것이다.
- 이다연 편집자(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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