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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하면 떠오르는 인물은 다윈이고, 다윈 하면 떠오르는 이론은 자연선택이다. 생존에 적합한 생명이 살아남고, 같은 방향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설명 말이다. 그런데 진화가 정말 이렇게 기능적으로만 이루어졌을까? 평생 새를 연구해온 리처드 프럼은 핀치의 부리뿐 아니라 공작의 화려한 깃털에도 눈길을 돌리자고 말한다. 다윈이 제시한 두 가지 방향, 즉 ‘자연선택에 의한 적응적 진화’와 ‘성선택에 의한 미적 진화’를 균형 있게 바라봐야만, 진화의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의 진화를 함께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점은 새들의 화려한 모습과 다채로운 성선택 방식을 설명할 뿐 아니라, 아름다워지려는 생명의 욕구와 이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성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진화의 흐름에서 '자유와 선택'의 의미를 되살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더불어 이러한 진화역학을 인간에게 적용하여 그간의 가부장제와 이를 바꾸려는 시도와 도전을 바라본다면, 성적 욕구와 성적 주체를 새롭게 이해하여 성적 자율성을 확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에 이른다. 인간, 사회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우리와 모두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자는 새로운 이야기가 더없이 반갑고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