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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이 없다는 회사를 이야기하자니 갑자기 로터리라 불리는 회전 교차로가 떠오른다. 회전 교차로의 사고율은 일반 교차로보다 훨씬 낮다고 한다. 신호등이라는 강력한 규칙 대신 운전자들의 자율적 판단에 맡긴 결과다. 그렇다면 회사의 모든 신호등을 없애고 회전 교차로로 바꾼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안타깝게도, 사고율이 감소하는 건 회전 교차로가 1차로인 경우다. 회전 교차로가 2차로 이상인 경우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고 한다. 이는 곧, 회사의 규모가 크고 복잡해질수록 규칙을 없앤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바꾸어 말하자면, 회사가 커질수록 경영자는 전에 없던 온갖 규칙으로 직원들을 옥죄려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회사라면 교차로 사고를 두고 도로 설계나 신호 체계 대신 운전자를 탓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는 그럼에도 신호등을 없앴다. 어느 회사에나 있을 법한, 아니 있어야 '정상인' 규칙들이 넷플릭스에는 없다는 CEO 리드 헤이스팅스의 고백은 많은 리더들을 당황하게 한다. 경영이란 규칙을 만들고 관리 감독하는 일이 아니었던가? 헤이스팅스는 그건 경영이 아니라고 일침을 놓는다. 관리는 직원들 스스로의 영역이며, 경영자는 '믿음'의 영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것. 바로 직원들이 회사에 믿음을 갖도록 만드는 일이다. '어차피 내 회사도 아닌데'라고 생각하게 하지 말라는 소리다. 직원들의 역량에 대한 믿음 역시 중요하다. 운전자들의 기본기를 믿는 자만이 회전 교차로를 설치할 수 있다. 교통 흐름보다 교통 질서를 중시하는 리더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 봐야 한다. 매 신호마다 멈춰 서야 하는 회사와 직원들을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