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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리얼 루카이저의 세상을 바꾼 한 문장, "한 여자가 자기 삶의 진실을 말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 문장은 판화가이며 조각가인 케테 콜비츠의 삶을 그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동자의 삶을 판화로 남기던 유대인 예술가는 세계대전으로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후 비통한 마음을 '검은 피에타'로 기록했다. 작은 아이를 안은 중년 여성의 둥근 등은 그의 신산한 삶을 짐작케 한다. '몸을 앞으로 숙인 채 두 손을 모은 어머니의 모습'(95쪽) (조각상 <부모>)을 보면서 우리는 이 절절한 비통함이 다시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느낀다. 케테 콜비츠의 이야기를 뮤리얼 루카이저가 시로 썼듯, 다시 그들의 예술을 나희덕이 산문으로 쓴다. 나희덕 예술 산문. 그가 사랑한 예술 작품을 시인의 말로 쓰다듬는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류이치 사카모토는 암투병을 하며 반핵운동을 했다. 다큐멘터리 '코다CODA' 속 한 장면, 대지진 후 구조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카모토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받은 감동을 나희덕은 시인의 말로 이렇게 기록한다. "결국 모든 게 사라질 운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남은 시간 동안 "덜 부끄러운 무엇"을 보여주려고 애쓰는 것. 바로 이런 태도가 사카모토를 드물게 좋은 예술가라고 생각하게 된 이유였다." (36쪽) 바흐의 '평균율'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하루가 되고, 다시 류이치 사카모토의 사색적인 음악이 나희덕의 시가 된다. 아녜스 바르다의 해변에서 시작되어 이매리의 시에서 맺는 이야기. 나희덕이 쓰다듬은 자리에 남은 말의 온기로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것을 더욱 사랑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