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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부터 2024년까지 500권의 시집을 출간한 창비시선이 새로운 50년을 기대하게 하는 501번 시집을 출간했다. <접시꽃 당신> 등의 밀리언셀러 시집으로 꽃 핀 자리에 놓인 마음을 노래하던 서정시인은 현실정치를 경험하며 날 선 분노의 말을 보았다. 8년 전 <사월 바다>를 바라본 자리에서 겨우 한 걸음을 옮겨 시인은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으로 현재를 인식한다.
내 안의 어두운 나를 차분히 응시하게 하여주소서
<정오에서 가장 먼 시간> 부분
'정오는 밝고 환한 시간입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이 가장 왕성하게 살아 움직이는 시간입니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정오에서 지금은 먼데, 이 어둠은 밖이 아닌 내 안에 있다. 베스트셀러의 제목은 대개 그 시대를 이야기하는 법.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2007)라는 도종환의 다감한 위로가 필요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2022)라는 깨달음에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는 시대다. 너를 증오하고 배척하는 내 마음의 어두움을 응시하며, 가장 가파른 곳에서 시작한다.
'가장 가파른 곳에 서서 / 나의 나머지 샘과 바꾸어야 할 것이 / 무엇인지를 아는 것'(<늦게 핀 꽃도 아름답다>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