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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정답이 없음을, 때로는 믿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거나 잘못된 방향을 향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특히 이언 매큐언의 소설들은 이러한 각종 믿음을 무너뜨리는 데 탁월한 성취를 이룩했다. 매큐언은 멜로드라마나 스릴러의 공식을 빌어와 그 공식을 배신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익숙한, 즉 낯설지 않을 법했던 세계가 사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로 가득한 곳임을 증명해 왔다.
<칠드런 액트>는 이러한 매큐언의 '낯설게 하기' 작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일 것이다. 매큐언은 법 체계, 가장 중립적이고 가장 신뢰할 만하며 가장 '정의'에 가까운 인간의 언어들을 가져와 이 최선의 체계로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사건 앞에 놓음으로써 무력화시킨다. 이를 통해 이 법 체계 속에서 살아 온 주인공의 삶 역시 '낯선 것들'의 세계 속으로 이끈다. <칠드런 액트>는 중년의 위태로운 삶을 다룬 작품이면서 치열한 법정 드라마의 면모도 보여주지만(게다가 이 각각의 소재들이 다 재미있다), 이언 매큐언의 세계를 아는 독자들이라면 이게 끝이 아님을 예감하고 있을 것이다. 익숙한 세계는 무너지고 인물들은 낯선 곳에 도착한 이방인처럼 모두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이언 매큐언은 독자들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다가 끝내 저 멀리로 내던지는 그 자신만의 특기를 이번에도 멋지게 구사해 냈다. 역시 그는 좀처럼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언제나 믿고 보아도 좋을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