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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는 고밀도로 짜여진 소설이다. 일단은 세상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몰려나 결국 마지막 한 방을 노리고 금광을 찾아 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금광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오지의 삶은 그들의 절박한 인생을 드러낸다. 여기에 살인사건이 추가되고, 출처 불명의 금 무더기가 추가되면서 안그래도 강렬한 캐릭터들이 움찔거리던 이야기는 금새 탄력을 받아 튀어나간다. 그런데 이 강렬한 이야기는 그저 재미난 드라마에 머물지 않는다.
앨리너 캐턴은 등장인물들을 열두 개의 별자리와 점성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행성들을 상징하는 성격으로 설정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주인공 무디는 수성을 상징하며, 그는 (작품 전체를 1년으로 가정했을 때) 1년 중 수성이 관측될 수 있는 시기에 등장해 관측 불가능한 시기에 모습을 감춘다. 다른 인물들도 자신이 상징하는 별자리 및 행성의 특성에 따라 움직인다. 현대 순문학 소설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이 치밀하고도 노골적인 '상징' 설정에서 독자들의 호오가 갈릴 수는 있다. 이야기가 상징에 눌려 버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설의 전개는 상징성을 제외하고서도 충분히 강렬해서 그냥 읽어도 무방하다. 물론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세계의 끝으로 흘러들어온 인간들의 흥망성쇠가 우주의 운행과 마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경험은, 긍정할 수 있다면, 마음에 정말로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