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제 '고도로 추상적인 이론적 논의'를 사회나 정치개혁에 도움이 안 된다는 구실로 외면하면서 하버마스같이 평생 고도로 추상적인 이론을 추구해온 이론가들을 한편으로는 존경하고 대접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버려야 할 때가 됐다. '독자적 한국 사회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은 단순히 우리가 서양의 이론에 의존해왔다는 자성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고, 그들 이론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그들과의 '비판적 대화'를 유도해냄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그런 도전과 비판적 대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