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송두리째 드러내는 법이 없습니다.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서, 거리에 따라서, 마음 상태에 따라서 각각 다르게 다가옵니다. 산은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자기가 가진 무한한 측면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다가서면서 보는 산이 다르고 물러서면서 보는 산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듯 바라보는 것과 듣는 것에 마음속에 갇혀 있던 것들이 열리곤 합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바라보는 것과 듣는 것에 마음을 얹어 글로 풀어놓은 것들입니다.
첫 번째 시집 출간 이후 15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보낸다.
평생 시집 세 권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이제 한 권의 시집이 남았다. 언제 출간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집이 마지막 시집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 시집이 존재적 욕구로부터 해체해놓을 수 있는 힘이 없다면 할 수 없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대상에 대한 동일성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나의 정체성과 그 증거를 위해 말들이 성성한 이 시대에
또 다른 의미의 나무가 되길…
―이하 松霞詩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