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리눅스(Linux) 전문지인 「닛케이(日?) Linux」에서 2014년 4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연재한 "만들면서 배우는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기사를 정리한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 만들기' 관련 서적은 시중에 이미 많이 나와 있으며, 나도 이런 주제의 책을 집에 여러 권 갖고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 만들기'라는 종류의 책 대부분은 '프로그래밍 언어의 구현'에 대해 언급한다. 예를 들어 yacc와 lex라는 도구로 어떻게 구문 해석기와 낱말 분석기를 만드는지, 인터프리터를 어떻게 설치하는지 등을 샘플로, 비교적 단순한 언어의 구현을 통해 설명한다.
프로그래밍 언어 만들기는 실태를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차근차근 계단식으로 접근한다면 그리 어려운 분야는 아니다. 실제 언어 처리기 제작은 대학교의 컴퓨터 과학 전공 수업에서 그렇게 찾기 어렵지 않은 과제다. 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래밍 콘테스트에서는 자신이 만든 언어로 응모하는 고등학생도 있었다.
선입견을 없애고 본다면 언어의 설계와 제작은 프로그래머의 지적 도전 과제로 재미있는 분야다. 그런 의미로 이들 '언어 만들기' 부류의 책도 나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존 책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존 책의 한계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구현에 대한 해설뿐이었다. 샘플로 사용한 언어도 대부분 기존 언어의 단순한 서브셋이 대부분이다. '프로그래밍 언어 만들기' 활동 내에는 더 지적이고 재미있는 도전 과제로서의 '언어 디자인'이라는 부분이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는 점은 알고 있다. 한정된 페이지에 필요한 내용을 모두 담는 것도 한계가 있고, 가능한 단순한 사례를 들어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존 언어의 서브셋 레벨이 아닌, 메인 레벨의 언어 설계를 경험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거기에 직접 디자인한 언어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경험을 한 사람은 더더욱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언어를 어디까지, 어떻게 디자인할지 경험을 통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선 언어 처리를 구현하는 기술의 해설부터 시작하고, 디자인에 대해서는 그다음에 진행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이 순서와 반대되는 소수의 예외가 있으니 바로 C++ 설계자인 비야네 스트롭스트룹(Bjarne Stroustrup)이 쓴 『The Design and Evolution of C++』(Addison-Wesley, 1994)이다. 이 책은 C++가 왜 현재 이런 모습으로 됐고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언어의 디자인 방법을 배울 수 있을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방법의 책이 세상에 없다면 직접 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다행히도 나는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언어를 설계한 경험'이 있으며, 취미를 뛰어넘은 활동으로 IT 세계에서 쓰는 여러 언어의 설계에 대해서도 지식이 있다. 더욱이 「닛케이 Linux」 에서의 연재를 시작으로 여러 권 집필 경험도 있다. 자화자찬이지만 이 이상 딱 맞는 인재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갖고 「닛케이 Linux」 2014년 4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언어를 만들게 된 동기부터 언어 디자인 시 느꼈던 갈등까지, 다른 책에서는 다루지 않은 영역까지 다뤘다고 나름 자부한다.
하지만 매월 한 번 제출하면 인쇄되는, 수정이 어려운 연재 기고문의 특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오류나 필요 없는 내용이 생겼는데 이 책의 내용도 예외는 아니었다.
연재를 시작할 때 계획 주제는 표 1과 같았지만, 결국 임베디드용 루비인 'mruby'에 대한 내용(2014년 4월호와 6월호 일부)과 이 책의 범위에서 조금 벗어나는 내용에 대한 해설(2014년 9월호부터 11월호)은 이 책에서 빠졌다. 본문 게재 순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변경했으며, Streem 현황에 맞춰 일부는 내용을 수정했다.
하지만 문장의 구성 등은 연재 당시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해설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절이 끝날 때마다 '타임머신 칼럼'을 넣었다. '타임머신 칼럼'은 원고 집필 당시에 향후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았다면 '지금은 이렇게 쓸 텐데...'라는, 보충의 의미로 적은 글이다.
이 칼럼은 미래 예측에 대한 저자의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조금은 복잡한 기분이 드는 글이지만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책에 넣기로 했다.
그럼 여러분을 '언어의 디자인'의 세계로 안내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