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론집은 2000년대 시가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응답 속에서 이루어졌다. 유난히 스스로를 뜨겁게 달구었던 2000년대 한국 시는 시의 주체, 세대, 언어, 제도, 종언, 정치, 윤리의 문제들을 생성했다. 그리고 2010년대를 맞았으나 이 문제들에 대한 응답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새로운 세대론적 문학장으로 빠르게 진입해 갔다. 그 과정에서 내가 한 작업은 ‘이후’의 방향 감각에 관한 것이었다.
그것을 나는 ‘이후’, ‘바깥’, ‘공동성’으로 읽어 내고자 하였다. 이후의 문학을 사유할 때 단지 이후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바깥을 전유하는 ‘이후’이거나, 이후를 너머 ‘바깥’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서정시의 새로움은 내부적 성찰과 반성에 의해 완전하게 새로워질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것을 나는 ‘이후’의 정치성과 ‘바깥’의 상상력으로부터 실마리를 찾고자 하였다. 그리고 공동감각으로서의 ‘공동성’을 경유하는 실천적 해방의 에너지를 포착하고자 하였다. 그것은 아마 제도 이전의 사랑 같은 것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