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슬픔이 명치에 걸려 퍽퍽 가슴 치다 죽었다.
이 몸엔 그토록 슬픔이 지나는 길 하나 없어
나는 슬프게도 슬픔에 체해 본 적 없다.
슬픔은 나의 밖에서 모두 나를 스치고 떠났거나
나라는 벽에 부딪쳐 죽은 주검들이었을 뿐.
슬픔이 이 몸을 흐르다 멈춘 적 없어 나는
산 슬픔이 얼마나 뜨겁고 숨통 조이는 것인지
그 날것에 가슴 쳐본 적 없다.
눈물이 흘렀으나 그것들 모두 나의 슬픔이 아니었고
가슴이 아팠으나 그것들 모두 내 밖의 슬픔들이었다.
여기, 어떤날은 간절하게
어떤 날은 즐겁게 옮겨쓴 나날들을 풀어놓는다.
외로움은 모두 허기에서 오는 것이라던
한 영혼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2009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