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이었지만, 끝까지 찾아 나섰다. 내 역사는 한자로 기록되어 있고, 내가 쓰는 말은 그 우듬지인데도, 국어와 한자의 얼안에 온통 영어가 뒤범벅이다. 후학들에게 나의 슬픔과 괴로움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수레나물이나 참나리처럼 우리 식물 이름 속에서 깊고 넓은 뜻을 담은 오래된 미래를 발견했다. 그 속에 내가 있음이 자랑스러웠고, 숨겨진 역사와 나를 찾는 큰 기쁨이 있었다.
부추, 도라지, 뻐꾹채, 타래난초, 참배암차즈기, 옥녀꽃대, 할미꽃, 무릇, 각시붓꽃 등 우리나라 고유 명칭의 기원과 유래를 따져 보노라면, 사회학, 언어학, 역사학, 문화학, 생태학, 형태학, 진화학, 유전학 등 온갖 정보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게다가 나물이라는 것은 생활 속에 깊숙이 틈입한 들풀이기에 방방곡곡에서 부르는 이름(鄕名) 또한 무척 다양하다. 한중일 동아시아문화권의 동질성에서 한글만큼이나 특별한 독창성이 풀밭 식물사회에서도 보인다. 한국인의 오래된 미래를 챙겨 보기 위해서라도 풀밭 가꾸기, 즉 자연초원식생, 반자연초원식생의 보존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