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또 기차 타고 달리다 보면 모두 잠든 새벽에 혼자 깨어 마을을 지키는 가로등을 만난다. 봄이면 민들레처럼 노란 갓을 쓴 채 새로 피어나는 꽃들을 비추고, 여름이면 솜털 같은 빗방울 모아 목마른 숨 적셔주고, 가을에는 바스락 물든 잎사귀 뒤에서 황금 관을 펼친다. 겨울에는 흰 나비 떼 같은 눈송이의 춤을 비추며 어두운 세상 환히 밝혀주는 가로등은 자동점멸장치가 멈추는 그날까지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정리를 마치고 나서야 지난날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이었고, 그 기록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항상 뒤늦게 깨닫는 것이 사랑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쯤
백일장 대회에 나가 난생처음
상을 받았다. 부안군 장원이었다.
학교에서는 명예를 드높였으니
부상으로 ‘송아지 낳을 소’를 준다 했는데
아버지는 소 키우기가 번거롭다는 이유로 거절하셨다.
그때 썼던 글짓기의 주제가 아마
‘먼 곳’이었던 것 같다.
그 후 나는 자주 먼 곳으로 갔다.
몸은 여기 매어 있지만
먼, 그곳으로 가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꿈을 꾸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