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정제의 즉위는 서기 1722년, 그러니까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보다는 조금 늦고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보다는 약간 앞선다. 옹정제는 이들 군주와 충분히 어깨를 견줄 만한 치적을 이룩하였다. 아마도 수천 년의 전통을 지닌 중국 독재정치의 최후의 완성자이자 실행자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그의 정치를 말하기 전에 우리는 그가 처해 있던 특수한 개인적 환경, 특히 그가 즉위하기까지의 궁중 내분에서부터 글을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은 옹정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중국의 독재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전제이기 때문이다.
만약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여기에는 온통 중국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만 기술되어 있을 뿐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면 나의 의도는 완전히 실패로 끝났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역사학은 과거의 세계로부터 끊임없이 예상 밖의 사실을 끄집어내어 소개함으로써 지금까지 무심히 형성되어 버린 역사의 이미지를 고쳐 나가는 것을 임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를 저술하면서 중국 역사 전체를 최신식으로 쓸 작정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2,000년이 지난 오늘날 <사기>는 중국 전체 역사의 일부에 국한되는 고대사가 되고 말았다. 또한 그의 독특한 사관도 오늘날에는 그다지 통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사기>가 중국 고대사의 중요한 근본 사료라는 점은 변함 없는 사실이다. <사기>를 바르게 읽는 것, 그것은 중국 고대사를 바르게 이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원래 사학이 전공인 터라 문학이나 사상 분야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마음먹으면 그만일 것이다. 그러나 문학과 사상에 관한 문제도 다루는 방법에 따라서 그대로 역사학의 대상이 된다. 더 대담하게 말하자면 역사학적인 입장에서 다루는 쪽이 오히려 적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 소설인 <수호전>이 바로 그런 경우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