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학자가 아니다. 물론 수학자나 통계학자, 컴퓨터 과학자도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쓰기 7년 전 베이지안(Bayesian)이라는 단어를 구글링했을 때의 검색 결과는 10만 개였지만, 이제 이 책을 펴내고 난 뒤에는 1100만이 되었다.
베이즈 정리의 내용은 간단하다. “한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초기의 믿음을 객관적이고도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할 때, 보다 개선된 새로운 믿음을 얻을 수 있다.”가 그것이다. 과학의 중심은 객관성에 있지만, 베이즈 정리는 이를 포기하고 주관성을 끌어안는 것에서 그 논리가 시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은 태생적으로 많은 과학자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이론의 과학적 정당성은 부족했지만, 그것이 가져다주는 결과는 너무나 명확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과가 너무 정확히 들어맞았던 것이다.
이제 그 결과로 현대 사회에서 베이즈 이론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메일의 스팸메일 필터, 배의 조난 사고, 유전자 조작과 웹에서 음악과 영화를 사고파는 일까지 모든 것에 베이지안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이제 그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베이즈 이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새로운 이론이 등장하게 될까. 베이즈 정리는 또 다른 길을 가게 될까? 그것은 알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불멸의 이론이 걸어온 험난한 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