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탄잘리≫는 격정의 풍파를 넘어 잘 익은 가을빛에 순하게 영근 의식의 날개 끝에서 울려 퍼지는 새벽 종소리의 그 울림이며 그 떨림이다. 유한의 세계를 욕망으로 채우려는 자폐적 의식의 한없는 아우성을 고요하게 아우르는 경건한 기도이며, 무한의 세계를 가없이 갈망하는 오만한 의식의 마지막 숨결을 잠재우는 순례자의 노래이다. 설익은 이성으로 생사의 수수께끼를 풀려는 모든 생명들을 향한 초탈의 언어이며, 시간 속에 웅크린 모진 고통과 번민을 기쁨과 즐거움으로 감싸 안은 인간 정신의 꽃이다. 시대와 문화의 이름으로 울타리 친 불명의 사상과 연약한 뿌리에서 싹튼 미혹한 주장을 말없이 다독이며, 갈린 마음들을 송이송이 온화한 손길로 꽃다발을 묶어 신의 제단에 올려놓고, 목마른 사랑으로 밝혀든 불멸의 등불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향하여 사랑의 봇짐을 한 아름 안고 묵묵히 걸어가는 순백한 삶의 절정이다.
만물은 흘러온 듯 흘러가건만 둥지 튼 의식은 고인돌처럼 미동이 없다. 몸은 이편에 있고 마음은 강 건너에 있다. 틈 사이를 유유히 강물이 흘러간다. 불편함도 습관이 되면 일상이 된다. 매일 생사는 반쯤 풀었건만 늘어 논 인연이 발목을 잡고 있다. 다시 마음을 어르고 몸을 다독이며 걷는다. 삶은 사랑이다. 사랑이 희망이다. 받은 사랑에 감사하고 감사한다, 어찌 한 올도 잊을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