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부터 1년간 매주 통일뉴스에 ‘아버지 안재구’란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묶어 책으로 내게 됐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지 5년 만입니다. 아버지를 곁에서 병간호하며 나눈 이야기들을 조금씩 메모해 온 시간으로 보자면 근 10년이 걸렸습니다.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한 저의 회상기일 수도 있고, 간병기일 수도, 사부곡일 수도 있습니다. 곁에서 본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서도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생의 순간들…. 할아버지 안병희와 밀양의 할배 할매들과 벗들, 학문의 스승인 박정기 교수님과 경북대 수학과, 평생의 혁명동지 이재문과 여정남, 그리고 생의 마지막까지 사랑하고 고마워했던 아내 장수향과 잊지 못할 아우 안용웅…. 아버지와 그분들의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제 마음속에 자리 잡은 늘 푸르른 산과 같은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식민과 해방, 전쟁과 분단, 그리고 청춘과 학문, 민주와 통일의 현대사가 오롯이 담긴 아버지의 생애를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담아내자니 부족한 게 많습니다. 아버지의 올곧은 한생은 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산맥과 같았고, 변혁적 삶은 제가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파란만장하고 장엄했습니다. 그렇지만 누가 대신 정리해 줄 수는 없기에 때로는 동지로서 아버지의 사상과 실천에 몰두했고, 때로는 아들로서 아버지가 걸어온 삶의 길 속으로 몰입해 들어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들이자 동지로서 지켜본 ‘안재구’의 특별한 평전이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