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심리학자가 아닌, 부모로서의 입장이 더 크게 작용했다. 뇌의 성 차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다르게 교육하고 훈육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하는 내용의 육아 서적을 보고 나서였다. 그 근거가 되는 실제 연구를 찾아보니 뇌과학적 발견이 대중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왜곡되어 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성에 관한 다른 대중서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멋있게 포장된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말해 주고 싶어졌다.
과학책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남성의 뇌는 세계를 잘 이해하고 여성의 뇌는 사람을 잘 이해한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 납득할 만한 증거를 거의 갖고 있지 않았다. 문제는 ‘남성 뇌’나 ‘여성 뇌’에 대한 주장이 성의 전형성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마음은 사회적 환경과 절묘하게 맞춰져 있고, 놀랍게도 성별과 관련한 전형적인 모습에 특히 그렇다는 수많은 증거가 발견되었다. 나는 이런 점을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남성과 여성의 뇌 차이를 잘못된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사회에 퍼져있는 성적 불평등을 설명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그 이유를 우리 사회에 아주 불공평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남성과 여성의 타고난 차이 탓으로 돌리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뇌과학이 성과 불평등에 관해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지 않는 한 성 차이에 관한 오해는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과거에는 저울 위에 뇌를 올려놓는 것이 뇌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최첨단의 방법이었던 적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진짜 섬세하고 흥분되는 칼날을 가지고 서 있다. 뇌가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창조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여정의 시작점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