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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박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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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아, 아 Ah, Ah>

아, 아 Ah, Ah

드디어 한영시집을 펴낸다. 삼십대 후반쯤이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출간을 후원했던 실비아 비치, 그의 서점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다. 그 무렵에 글을 쓰는 꿈을 가졌다. 최승자의 시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일 수 없을 때 / 내가 더 이상 나를 죽일 수 없는 곳에서 / 혹, 내가 피어나리라”(「이제 가야만 한다」에서)는, 문학이 어쩌면 나를 구원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고통스러운 찰나마다 꿈과 희망이 꿈틀거렸다. 홀로 자주 슬펐다. 그 사이 시인이 되었다. 3권의 창작시집과 한중시집『修飾哭聲:울음을 손질하다』, 한러시집『예니세이 강가에서 부르는 이름』을 출간했다. 그리고 이 한영시집『아,아』에 이르기까지 내 안의 ‘상처’를 너무 많이 건드려왔다. 상처와 상처 사이에서 본 얼굴들이 점점 선명해졌다. 종종 무슨 재미로 사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꽃이 피고 달이 뜨듯, 나는 ‘당신’을 읽고 ‘당신’을 쓴다. 상처의 다른 표정은 그리움이었을까. 그 위에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는 동안 ‘당신’을 바라보는 낙으로 살았다. 읽고 쓰는 시간이 차곡차곡 축적되는 하루다. 틈틈이 훅 훅 침입하는 외로움 고독이여, 내내 내게 머물러주시길! 2024년 7월 동탄 반송동 나루마을에서

예니세이 강가에서 부르는 이름

인천공항 출발 북경공항 터미널에서 경우를 하고 크라스노야르스크 공항에 도착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푸시킨의 조국 광활한 땅을 달려갈 때, 분단국가인 조국의 서글픈 현실이 떠올랐다. 푸른 바이칼 호수 앞에서 일던 전율과 알혼 섬의 신비스러움에 오랫동안 사로잡혔다. 이 사로잡힘은 나를 이끌고 흐르기 시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의 여행에서 내내 푸시킨을 향할 때, 나는 푸른 기운을 휘감고 다녔다. 그의 생가와 신혼집을 방문하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는 시 구절을 여행노트에 줄 맞추어 쓰곤 했다. 반복되며 증폭되는 감정은 축제 속에 어떤 잔혹함처럼 고통 속에 어떤 리듬처럼 뒤섞이며 솟구쳤다. ‘내 안의 위버멘쉬를 깨우’고 싶던 막바지 여름이었다. 하바롭스크 역에서 캄캄한 어둠을 뚫고 기차에 올랐을 때, 나를 이끌던 푸른 기운이 끝내 내 안으로 침투했다. 기차 침대칸에 누워 붉은 혈류를 누비는 호수의 물소리에 심취됐다. 방향 없이 높아가던 파도들, 이른 아침 블라디보스토크역 광장에 수많은 비둘기가 되어 모이를 쪼며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한러시집에 대한 생각은 알혼 섬에서 발원됐기에, 꼬박 9년 만에 결과를 갖게 된 셈이다. 궁금증이 많은 필자의 질문에 늘 답을 주셨고 직접 번역을 맡아주신 김태옥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 2023년 4월

즐거운 장례

시집 원고를 정리하는 동안 용영 오빠와 ‘작은어머니’의 죽음이 있었다. 첫 시집과 두 번째 시집에서 다 털어내지 못한 가족사는 이번 시집에도 상당하다. “슬프고 잔혹했던 동시에 거친 아름다움을 지닌”(C.G.융) 핏줄의 고통이 자석처럼 끌어당기거나 서로를 밀쳐냈던 시간들, 적막 속에 한 주먹씩 풀어놓는다. 잘 가. 앞으로 나의 문학이 가능한 개인사를 벗어나서 소외받는 개인이 어떻게 현실을 견뎌내는지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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