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내 몸 어딘가에 시한폭탄이 있어> 소개
저 아스라한 미소년 시절
세계문학 전집 벼락에 감전된 후
예순의 중턱을 넘어오기까지
절름절름, 불편하게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시인의 길은 불편하다 어쩌면
자본의 시대에 시와 시인은
등 굽은 노인 취급되기 일쑤여서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무명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을 상재하는 즈음에도
여전히 불편해지는 건 우선 나 자신,
하지만 내 몸 어딘가에 있을 시한폭탄
이 세상 어딘가에 묻혀 있을 지뢰
아슬아슬 피해 다녀야 하는 고단함을 털어내고픈
막무가내 마음으로 세상에
그리고 나 자신에게
쓰윽 손 내미는 무례함을 용서해 주시라.
시가 있는 세상에 시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행입니다. 신이 세상에 뿌려놓은 시의 낙엽을 마음의 갈피에 끼워 넣을 때 넉넉한 세상을 살게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들께서도 시의 낙엽을 한 잎 두 잎 간직하는 기쁨을 맛보신다면 더 없는 기쁨이되리라 생각합니다.
(2003년 10월 14일 알라딘에 보내주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