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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김성달

최근작
2021년 11월 <이사 간다>

낙타의 시간

작품집을 매만지는 동안 내내 ‘속도’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 내 소설에서 다루는 인물들(속도에 못 미치는, 혹은 속도에서 도태된)에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뭔가 썩 개운치 않았다. 눈만 뜨면 각종 미디어에서 뜻도 불분명한 단어를 앞세워 속도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현실이다. 속도는 동시성과 즉각성의 흐름에 우리의 몸을 맡기게 만든다. 그래소 속도는 우리에게 사건의 중심에 살고 있는 환상을 심어주고, 현실 인식세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믿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다. 그 환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가 속도의 선전효과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실 인식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속도가 아니라 기억이다. 속도는 우리의 기억을 지워 없애려 혈안이고, 반드시 잊지 말아야 기억까지도 망각하라고 다그친다. 기억한다는 것은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작가란 망각을 거스르는 기억의 투쟁자이다. 기억은 소멸될 수 없다.

이사 간다

이 소설집 출판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배움이 짧은 어머니는 항상 궁리가 많았는데, 그 궁리의 끝은 늘 몸이었다.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기만 한 내가 속 깊은 어머니 몸의 궁리를 어찌 알 수 있었으랴. 하지만 어머니 일평생 삶의 궤적은 고스란히 몸으로 내게 전달되었다.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그걸 깨달았다. 그동안 내 소설은 너무 몸에 기대었다. 이제는 그 몸의 무거움에서 조금 자유롭고 싶다. ‘내 앞에 놓인 종이가 쓸쓸해지지 않도록 절박해지자.’ 소설집을 묶으면서 계속 중얼거리던 말이다. 나와 내 소설과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한국소설을 읽다

이 땅의 많은 소설가들이 오늘도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인간의 삶에서 진실에 대한 창조적 깨달음을 가져오는 매체가 소설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포크너는 ‘자기 자신과 갈등을 일으키는 인간의 마음’에 관해 쓰는 것이 소설이라고 했다. 그 마음을 소설로 완성하기 위해 고투를 벌이는 이 땅의 소설가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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