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영국적인 것을 구성하고 유지해 준 요소들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영국적인 것이 약해지면서 잉글랜드적인 것, 스코틀랜드적인 것 등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국이 앞으로 ‘잉글랜드가 주도하는 통일국가’보다 좀더 ‘평등하고 혼성적인 연합국가’로 나아가리라는 점이다.
우리의 작업은 이들이 영웅이었나 아니었나를 규명하고 해체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을 둘러싼 신화가 만들어지고 전승되는 과정과 그 메커니즘을 밝히고, 특히 국민 종체성 형성에 그들이 간여한 바를 추적해보는 것이다. 즉 영웅에 대한 기억을 통해 그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확인하고 재확인해가는 과정이 우리의 주된 관심사다.
제국주의 연구를 시작한 지도 5~6년이 되었다.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그 때도 21세기를 몇 년 앞둔 들뜬 분위기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새로운 것에 쏠리고 있었다. 제국주의 연구를 시작했다는 나의 말에 한 친지는 "아직도 그런 것을 하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제국주의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구시대의 잔재라는 인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의 얼마나 많은 부분과 영역이 여전히 제국주의 시대의 유산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우리는 '아직도'가 아니라 '여전히' 그런 것을 해야하는 처지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정치적 종속과 경제적 착취하는 익숙한 논의만이 아니라 최근 포스트 모더니즘과 탈구조주의의 영향으로 꽃피고 있는 제국주의의 문화와 젠더 영역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다루지 못한 주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종속민에 대한 논의이다.
이 책은 주로 제국주의자의 논의와 행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서양의 충격을 감당하고 그 지배를 받아야 했던 피지배민의 반응을 살피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것 자체 거대한 연구과제이므로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처가 보여 준 정치적 리더십은 오늘날 우리 사회처럼 진정한 리더십이 절실한 곳에서 더 큰 영감을 불러일으킨다. "돌아가고 싶으면 당신들이나 돌아가시오. 나는 돌아가는 짓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라는 대처의 강인한 리더십은 수많은 적을 만들지도 했지만, 바로 대처주의 혁명을 추진한 동력이었다. 1970년대 영국병과 비슷한 '한국병'에 고통받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마거릿 대처의 삶과 도전은 귀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