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들이 이런 ‘80년대’를 이해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인간의 본성과 금기의 충돌, 청춘의 아름다움과 장렬함, 거짓말과 신뢰, 파멸과 고통, 생명의 비애, 자유에 대한 갈망 같은 것들은 세상 어디에나 똑같이 존재할 거라 믿는다.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시’가 상징하는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서 사라져버린 지 이미 오래다. 그런데도 난 고집스럽게 세월을 거슬러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해서 천샹이 생겨나고, 예러우가 생겨나고, 망허가 생겨난 것이다. 지금 나의 천샹과 예러우, 나의 망허와 라오저우 들, 그리고 생각만 해도 가슴 저리는 저우샤오촨이 중국의 황토 고원을 넘어 아름다운 한강 기슭으로 건너왔다. 그들이 또다시 긴 여정에 오른 것이다. 그들 앞에 어떤 운명이 펼쳐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가을날 석양 무렵 금방 세수하고 나온 듯 말간 하늘 아래 강기슭이나 산골짜기, 또는 한적한 길가에서 샛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나 다른 아름다운 나무가 문득 그들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 순수하고 찬연하고 다정한 아름다움이 그들을 깊이 감동시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