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찾아도 어느 곳을 찾아도, 홀로 찾아도 혹은 무리지어 찾아도,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우울할 때나 심신이 피곤할 때나 산은 언제나 위안이고 즐거움이다. 처음에 나는 이 아름다운 산을 화폭에 담고 싶었다. 아름다운 꽃과 푸른 잎, 지저귀는 새와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과 장쾌한 바위, 그 틈에 자라는 이끼, 봉우리에 걸치는 구름과 자욱이 깔리는 안개, 산에 내리는 엄숙한 어둠, 봉우리에 그리움으로 쏟아지는 별…이 모든 것을 섬세하게 그리고 싶었다.…그래서 언어의 붓으로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늘이 인간에게 준 가장 위대한 도구 언어로 이 꿈틀꿈틀하는 산을 속살까지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붓끝으로 화폭에 옮기고 싶었던 것들, 내가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고 싶었던 피사체들에게 언어의 셔터를 누르기로, 언어의 물감을 칠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