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인가 풀리지 않은 문제가 있어 답답하거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종종 바닷가를 찾는다. 바다는 광활하고 변화무상하지만 우리들에게 무한한 마음의 위안과 안식처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것은 바다가 지구 생명의 모체로서 어머니와 같은 포근함으로 우리를 감싸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같은 바다는 지구 표면적의 약 71%를 차지하는 곳으로 마음의 안식처 이외에도 지구환경의 조절자로서 우리 생활의 많은 곳에 직ㆍ간접적으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한 자원을 인류에게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바다가 인류에게 주는 자원 중에는 수산업의 근간이 어패류 및 해조류와 같은 되는 유용생물 자원, 모든 음식의 맛을 제공하는 소금과 같은 해수의 용존 자원, 조류, 온도차, 파력, 풍력 등과 같은 해양에너지 자원, 해저평원에 대량으로 존재하는 망간단괴나 해저에 매장된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부존자원은 물론, 인류의 여가 장소로서의 공간 자원 제공 등 매우 다양하다.
바다의 공간은 육상의 2차원적 평면과는 달리, 평균 수심 3,800m를 나타내는 3차원 공간을 하기에, 바다로 유입되는 태양광을 표층해수에 빠르게 흡수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기에 바다에 태양광이 투과할 수 있는 수심은 100m 전후로 전체 해양의 약 1/40 정도의 공간에 한정된다. 이런 환경 특성이 바다가 육지와 다른 생태구조를 나타내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심해저의 열수분출광산과 같은 특수 환경을 제외하면, 지구에서 광 에너지를 고정하여 동물의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생물은 광합성 식물과 일부 세균에 한정된다. 바다에서 광합성에 의한 광 에너지의 고정을 위해서는 빛을 필요로 하지만, 빛은 극히 표층에 한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바다는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태양광을 향해 높게 성장하는 육상의 식물과는 달리, 태양광이 존재한 표층에서 떠다니면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식물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식물은 바다의 표층에서 오래 동안 빛을 받고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쉽게 바다 밑의 빛의 없는 수층으로 침강되지 않고, 오래 머무를 수 있어야만 된다. 때문에 매우 작은 크기로 존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와 같이 미소한 크기로 바다 표층에서 광합성 하는 식물을 식물플랑크톤, 또는 미세조류라고 하여, 우리의 시각으로 확인이 불가능하고 현미경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한 현미경적 크기를 하게 된다. 식물플랑크톤은 오랫동안 빛의 있는 표층에 머물고, 생태계 기반인 생산이라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매우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우리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생물의 세계를 만들고 있다.
미소생물인 미세조류는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식물분류군 중 양치식물이나 현화식물을 제외한 모든 식물군에 거쳐 10만종 이상이 분포한다. 뿐만 아니라 지구의 동물의 호흡은 물론, 대기를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산소의 약 70%도 바다 표층에서 광합성을 하는 미세조류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미세조류는 인간 활동에 의한 수권의 환경오염으로 녹조, 적조, 패류독화 등 다양한 환경문제를 발생시키는 원인생물이지만, 한편으로는 기능성 물질을 포함하는 신약 탐색물질 개발, 건강보조 식품은 물론 바이오디젤 등의 바이오연료 개발의 대상 물질로서,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문제, 환경문제 및 화석연료의 고갈을 대처할 에너지 문제 등으로 침몰 직전의 “지구호”를 구하고, 미래에 이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의 미래 유용생물 자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본 도서는 이와 같은 바다의 미소생물의 신비 세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집필되었다. 가능한 많은 미소생물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기획하고 있으며, 제1편으로 “와편모조류 시스트”라는 다소 생소한 생물을 선택하였다. 와편모조류란 생물군집은 바다의 기초생산자로서 규조류 다음으로 많은 종과 생물량을 가지며, 특히 수온이 높은 열대 및 아열대 해역에서 주요한 생산자 역할을 하는 단세포 생물이다. 단세포이지만 육상의 코스모스와 같은 단년생 초목처럼 형태를 달리하는 생활사를 통한 생존전략으로 종간경쟁을 피하면서 오랜 기간 생존을 유지하는 신비로운 생물군이기에 제1편의 대상으로 하였다. 즉, 코스모스처럼 봄에 발아하여 성장하면서 가을에 꽃을 피워 씨앗을 만들고, 씨앗은 혹한 환경을 이길 수 있는 피낭을 만들어 혹한 겨울 환경을 토양의 표피층에서 보내고, 다음 해 봄에 재차 발아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와편모조류는 종에 따라 바다에서 독립영양, 혼합영양 및 종속영양을 하는 다양한 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부 종에서 육상의 코스모스와 같은 생활사를 가지며, “씨앗”에 해당하는 것이 “시스트”이다. 와편모조류는 육상의 코스모스처럼 뚜렷한 계절변화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종에 따라 서식환경이 좋을 때에는 바다의 표영 환경에서, 서식환경이 나빠지면 “씨앗”으로 해저의 표층퇴적층에 침강하여 보낸다. 이러한 생존전략은 서식환경이 좋을 때에는 급속하게 대량 발생하여, 연안해역의 적조는 물론, 홍합, 굴과 같은 패류를 독화시켜 다양한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때문에 최근까지도 와편모조류의 연구는 이원화되어 있었다. 같은 생물이면서도 표영환경의 유영세포와 저서환경의 씨앗으로서 시스트의 형태가 전혀 다르기에, 유영세포는 생물학자, 시스트는 미고생물을 연구하는 지질학자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어, 동일한 하나의 생물에 두 개의 학명을 가지는 아이러니한 생물군이기도 하다.
본 도서의 구성은 와편모조류 시스트의 세계를 살펴보기 위해 제1장에서는 해양생태계의 기초생산자를 담당하는 전체 식물플랑크톤 군집에서 와편모조류의 위치를 살펴보았다. 제2장에서는 와편모조류의 생물학적 특성을 살펴보고, 생활사를 통해 와편모조 시스트의 생존전략과 함께 시스트의 발아, 형성에 작용하는 환경인자, 시스트 연구의 활용과 현황 등을 기술하였다. 제3장은 와편모조 시스트 연구는 아직 일반화된 분야가 아니기에 새롭게 연구를 시도하고자 하는 연구자와 예비 연구자를 위한 시스트의 연구방법 전반을 검토하였다. 제4장도 제3장의 연장선에서 현미경을 이용하여 와편모조 시스트의 종 동정을 하기 위한 지침서로서 분류 형질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제5장은 시간이 경과에 따라 많은 새로운 시스트 종과 새로운 내용들이 보고되고 있지만, 현생 표층 퇴적물에서 보고되는 와편모조류 시스트 종 특성에 대하여 사진과 함께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6장은 국내의 와편모조 시스트 연구 현황을 정리하였다. 참고문헌에 대해서도 인터넷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도 있지만, 각 내용에 부합되는 문헌을 가능한 정확하게 정리하여 새롭게 시스트 분야에 관심을 가지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바다의 미세조류는 생태계의 출발점에 위치하고 있기에, 최근 지구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문제, 즉 지구온난화에 따른 생물다양성 훼손, 산업발달에 동반되는 대기와 수질 환경문제에 따른 연안생태계의 파괴, 해양생물의 난획에 따른 자원생물과 생물다양성 감소와 유해생물의 발생, 물동량 증가에 동반하여 증가하는 선박 균형수에 의한 외래종 유입과 해양 생태교란 등의 원인 파악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대책 수립에 필수적으로 이해하여야만 하는 분야이다. 그렇지만 미세조류, 특히 와편모조류의 유영세포는 물론 시스트에 관한 국내ㆍ외의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본 도서는 이와 같은 한정된 정보의 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객관적 정보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였다. 그러나 가능한 일반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설명을 시도하였지만, 대상 생물이 너무 세부적인 내용으로 일부에서는 전문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였고, 한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용어도 있다. 그렇지만, 해양생물, 특히 조류학, 해양환경 및 수산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에게 본 도서가 조금이나마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하여 본다.
2013년 겨울
여수 양지골에서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