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바야흐로 21세기 초. 즉 내가 쓴 이 글 대부분을 읽는 존재는 '비인간(nonpersons)', 다시 말해 오토마톤(automatons)이나, 더 이상 독립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무감각한 군중이라는 뜻이다. 내 글은, 세계 어딘가 멀리 떨어진, 종종 비밀스러운 장소에 있는 산업적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에서 원자 단위로 세분화된 검색엔진의 키워드로 변모할 것이다. 또한 내가 쓴 몇몇 단어나 표현의 조각과 우연히 공명하는 어딘가의 누군가에게 광고를 보내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에 의해 수백만 번 복제될 것이다. 재빠르지만 엉성한 독자들로 이루어진 군중에 의해 대충 읽히고, 재탕 되고, 잘못 전해져 위키(Wiki)에 올라가고, 자동 수집되는 무선 텍스트 메시지의 흐름에 뒤섞일 것이다.
내 글에 대한 반응은 점점 더 타락해 익명의 모욕적 언사와 거친 논란들로 굴비처럼 엮인 사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알고리즘은 내 글을 읽은 이들과, 그들의 구매 양식, 낭만적 성향, 그들이 진 빚,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들의 유전자 간의 상관관계까지 찾아낼 것이다. 궁극적으로 내 글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맹주임을 자임하는 몇몇 기업의 자산 축적에 기여할 것이다.
속수무책으로 확장되고 변모하는 내 글의 운명은, 거의 전적으로, 오직 정보만으로 가득 찬 무생명의 세계에서 일어날 것이다. 내 글을 진짜 사람이 읽는 경우는 여기서 극소수에 불과할 게다.
그럼에도 내가 내 글로 닿기를 희망하는 대상은 바로 여러분, 내 독자들 중 극소수에 불과한 그 '사람'이다.
이 책은 사람을 위해 쓴 것이지 컴퓨터를 위해 쓴 글이 아니다.
이 말을 하고 싶다. 무엇인가를 공유하기 전에, 당신은 당신만의 독립적 사고와 의지를 가진 진짜 '사람'이어야 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