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건축가로서 세상에 자기 집 짓는 일 만큼 재미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에게 줄 수 있는 선물로는 더 이상의 것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집 짓기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일부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어떤 일을 하는데 모든 사람이 다 즐거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내 집 짓기에 나선 열 명이 있다면 아홉 명은 삶에서 가장 행복한 경험을 할 것이라고 저는 장담합니다.”
냉장고는 음식물을 보관하는 장치입니다. 음식물이 상하거나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기계이지요. 음식물에 곰팡이나 세균이 생겨 배탈, 설사로 병원에 갈 수도 있는 걸 막아 주니까 냉장고는 고마운 친구예요. 하지만 언제나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냉장고는 음식물의 보관 상태를 연장할 뿐, 영양소까지 보존하는 건 아닙니다. 또한 음식이 상하지 않으리라 믿으며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오래된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아졌고, 몸에 안 좋은 영향을 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냉장고를 믿고 장을 많이 보고, 냉장고를 가득 채우게 되지요. 냉장고를 정리할 때마다 쓰레기로 버리는 게 많은 건 사실이잖아요. 결국 사람들은 괜히 음식을 많이 사서, 오래 보관한 음식을 먹고, 많은 쓰레기를 지구한테 배출하고 있는 셈이지요. 또한 냉장고 용량이 점점 커지다 보니 전기 사용량도 늘어납니다. 늘어난 전기 사용량을 위해 더 많은 발전 시설을 확충해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요. 이러한 악순환들을 풀 방법은 없는 걸까요?
매일 가까운 곳에 가서 장을 보고, 오늘 먹을 것만 사서 요리하면 건강한 음식을 먹고 쓰레기 배출은 줄일 수 있습니다. 귀찮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장을 보니 커다란 마트보다 동네 슈퍼마켓에 가게 되고, 그러면 굳이 차를 이용할 필요도 없지요. 기름도 아끼고, 환경도 아끼고, 시간도 아낄 수 있습니다.
자주 장을 보다 보면, 슈퍼 아저씨 아줌마도 친해지고, 동네 사람들을 잘 알게 되고요. 아이와 함께 장을 보다 보면 아이 혼자 심부름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예요. 동네 사람들이 아이를 잘 알게 된다면 아이가 바르게 자라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을 본 것 중 남는 건 이웃끼리 나누고, 서로 돕는 일도 많아지겠지요. 지금은 이웃사촌이란 말이 무색해진 삭막한 도시 생활이지만, 냉장고가 없어진다고 상상해 보면 조금 더 친해진 이웃의 모습을 쉽게 그려 볼 수 있을 거예요.
냉장고란 것이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요. 하지만 괴물이 냉장고를 먹어 버려서 사람들은 불편하지만 건강하게 사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당장 냉장고를 확 버릴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집에 있는 냉장고를 조금 작은 걸로 줄여 보면 어떨까요? 냉장고 없이도 불편 없이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가족 건강도 지키고 지구는 더 건강해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