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날씨를 가늠하려 창 앞에 섰는데 둥근달이 구름 속에 드네요.
해 뜨고 해 지는 정경을 예사로이 보다가도, 등잔불같이 온화한 달 앞에 서면 착한 약속 하나씩 매달고 싶어집니다.
달이 구름에 가렸다고 사라진 게 아닌 것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나를 맑은 곳으로 이끌어 주는 인연이 있음을 믿고 살거든요.
문득 손 모아 올리고 싶은 기도 하나…….
동화를 읽는 동안 조금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래 소망하기를, 책을 낸다면 꼭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한번 써 보고 싶었다. 서로 멀리 떨어져 평생을 산다 해도 마음과 마음이 닿아 위안이 되는 인연. 마음을 바치는 것과 영원한 이별을 주제로 한 동화를 쓰고 싶었다. 슬프거나 기쁘거나, 이 모든 추억과 그리움이 또 우리의 남은 생애를 밝히고 키워 준다는 것도 말하고 싶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세상을 사는 소중한 한순간 한순간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그렇게 태어난 동화가 『해리네 집』이다.
안녕하십니까. 동화작가 백승자입니다.
돌이켜볼수록 저의 유년시절은 편편의 동화 그대로입니다. 떠나온 고향풍경도 그리운 이의 뒷모습처럼 늘 가슴 속에 남아 있습니다. 읽는 이의 가슴에도 따뜻한 감동이 조금이라도 남기를 바랍니다.
지금 저는 어머니를 여의고 첫 봄을 지냅니다.
한순간에 세상이 하얗게 표백되어 아무런 색깔도 모양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은 느낌으로 휘청휘청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올 봄따라 왜그리 온갖 꽃들이 유난히도 곱고 향기롭던지.....
특히 제 세번째 동화집 '호수에 별이 내릴 무렵'은 이승에서의 어머니 모습이 많이 담겨 개인적으로 자서록 같은 책입니다.
늘 행복하십시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2000년 5월 29일 알라딘에 보내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