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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장헌영

최근작
2020년 6월 <우주생물학>

성경과 천문학

천문학자가 성경에 관한 해설서를 쓰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오늘날 기준으로 볼 때 오류의 가능성이 있는 100년 전 과학자의 이야기를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이 책을 읽기 위해 처음 집어 들면서 가졌던 질문이다. 몬더는 서문에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아마 저자인 몬더 자신도 첫 번째 질문을 독자가 품을 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성경 주석가들이 일반적으로 천문학자가 아니므로 성경에 조용히 감춰져 있는 천문학적 암시를 지나쳐 버리거나, 과학적 관점으로 볼 때 불충분하게 풀이하는 경향이 있다고 몬더는 생각한 것 같다. 천체에 대한 성경 저자들의 자세가 온전하고 진실하기 때문에 천문학이 천체에 대한 선지자의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에 따르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성경에 언급된 천문학적 암시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의미를 완전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천문학적으로 표현된 구절의 의미를 완전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 그건 그렇게 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문헌 분석 등의 방법은 여러 측면에서 성경 해석에 상당히 도움을 주고 있지만 천문학은 천문학적 증거 분석을 통한 성경 연구에서 아직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용 가능한 천문학적 증거들은 태생적으로 가장 확실하고 정확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베들레헴에 나타난 별에 관한 책이라든지 특정한 사건을 과학적으로 다루려는 책이 종종 출간되고 있지만 몬더의 이 해설서처럼 성경에 나오는 천문학적 사건들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책이 출간된다면 꽤나 유익하고 흥미로울 것이다. 뿐만 아니다. 첫 번째 질문의 온전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논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천문학자가 성경 해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생명력을 가지고 또 다른 담의로 자라갈 결론에 다다를 새로운 논의를 할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읽은 후에 얻은 역자의 생각에 의하면 그렇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몬더는 이 해설서에서 성경의 저자들이 천문학적으로 깊은 통찰력을 갖고 있으며 과학적으로도 정확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창조론이 과학적이라고 옹호하거나 성경에 나오는 구절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고 시도하지는 않는다. 단지, 과학적 사실과 성경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인간이 우주에 대해 어떻게 이해를 증대시키고 있는지 이 해설서를 통해 신앙인이자 과학자인 몬더가 진지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의 진리를 깨달을 능력을 가진 것에 감사하게 하고, 또 그렇게 고마워할 근거가 무엇인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게다가 어떠한 불안감이나 주저함 없이 자기가 가진 신앙에 대해 언급하는 과학자의 작품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일이다. 1900년대 초 과학자의 관점에서 쓰인 이 해설서는 과학과 종교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에 관해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용하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훌륭한 대학자의 글을 읽고 나면 어떻게 과학과 종교가 양립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신앙인이든 첨단 과학만을 신앙하는 무신론자이든 진지하고 공정하게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두 번째 질문의 대답은 어떤 의미에서 조금 더 쉽다. 사실 이 책은 과학책이라고 하기에는 오래된 100년 전에 출판된 책이다. 서술하는 내용이 오늘날 기준으로는 잘못된 것이 많아 읽을 필요가 없거나 고리타분하리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다. 1600년대 초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발명하여 우주의 새로운 영역을 발견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1900년대 초는 인간의 세계관을 통째로 완전히 바꾸는 이론과 관측 결과가 발표되던 시기였다. 이 시기는 이전 과학이 설명하려고 하지도 않고 설명할 수도 없던 것을 설명하는 새로운 과학이 탄생한 과학 혁명이 일어난 때이다. 몬더가 몇 년 더 뒤에 쓰려 했다면 이 책을 과연 출판할 수 있었을까 의심할 수 있다. 만약 그랬다면 그가 과연 새로운 과학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고 출판을 포기했을까? 저서의 내용에 비춰보면 그래도 몬더는 같은 책을 썼을 것이다. 사실 인간의 과학적 호기심은 인간에게 자연에 대한 여러 가지 답을 꾸준히 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알게 하지는 못하고 있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그렇다(과연 그런 날이 올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조차 신앙심일 수 있겠으나). 따라서 조금 더 알게 되었다고 해서 이런 종류의 고민이 필요 없는 날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이 출간되고 나서 완성된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으로 대표되는 현대 물리학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을 인간에게 제공했다. 허블의 관측은 인간이 상상하던 우주의 지평을 저 멀리로 확장해 인류를 우주의 중심에서 변방으로 옮겨 버렸다. 따라서 몬더가 뉴턴의 물리학으로 성경을 설명하는 데 그쳤다면 이 책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일 수도 있겠지만 몬더는 놀랍게도 거기서 머물지 않았다. 몬더는 자연 현상과 그 기원을 설명할 철학적 근거(인간이 스스로 학습할 권리와 능력이 있다고 설명한다)와 알고 있는 지식과 발견된 사실에 모순이 존재할 때 해결할 논리적 방법(자연을 새로운 방법으로 탐구할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을 이 책에서 차분한 논조로 제시하고 있다. 다소 오래된 책이 번역되어야 하고 읽혀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책은 기독교를 과학적으로 설명하거나 혹은 성경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책이 아니다. 따라서 100년 전 과학이든 현대 과학이든 설파하려는 논리가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일종의 종교 서적으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이 진리를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이유와 우주에 관한 우리의 해석에 대한 이해를 설명하는 철학 서적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있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수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꾸준히 감명 깊게 읽고 다시 찾는 특별한 이유이다. 위대한 발견이 종종 우연히 찾아온 것처럼 보여도 결국 학문의 발전은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실패한 후 얻은 기초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옛날 사람들이 어떤 생각들을 했으며 어떤 궁금증을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했는지 알 수 있다면 지식의 발전을 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전후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최근 밝혀진 우주의 비밀을 소개하는 내용이 넘쳐나는 요즘,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우리의 해석에 대한 이해를 향상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원저자인 에드워드 월터 몬더(Edward Walter Maunder, 1851년 4월 12일~1928년 3월 21일)는 흑점 연구와 태양 자기장 연구로 태양 연구 분야에 크게 기여한 영국의 저명한 천문학자이다. 일반 대중에게는 몬더 극소기(Maunder minimum, 1645~1715)라고 알려진 유럽 소빙하기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가난한 감리교 목사의 막내로 태어났다. 런던 대학교 킹스 칼리지(King’s College London)에 입학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대학을 중간에 포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과 천문학에 대한 흥미를 갖고 있던 그는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에 분광학 조수로 취직하여 태양 관측 임무를 맡아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 몬더는 15살 때 맨눈으로 흑점을 관측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천문학에 흥미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5남매를 남기고 먼저 세상을 떠난 한나 버스틴(Hannah Bustin)과 사별한 그는 애니 스콧 러셀(Annie Scott Russell)과 재혼했다. 그녀는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한 수학자이자 천문학자로서 여성 최초로 왕립 천문학회 회원이 될 정도로 훌륭한 학자였다. 그녀는 평생 몬더의 연구 동반자가 되었다. 몬더의 가장 큰 업적은 흑점의 발생 시기와 발생 위치를 표시한 도표를 발표한 것이다. ‘나비 도표(Butterfly diagram)’라고 불리는 이 도표를 통해 흑점의 발생 빈도와 발생 위치가 주기적으로 변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몬더는 화성 관측도 수행했는데 화성의 운하가 착시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온도를 안정화시키는 바람이 없고 생명이 살기에는 온도가 너무 낮기 때문에 화성에 생명이 살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오로라 빔’이라고 불리는 것도 우연히 관측하게 된다. 이 현상은 아직까지도 설명되지 않은 현상인데 야광운이나 상층 해무리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단지 그 시기가 오로라 활동이 극심하던 때임을 생각할 때 아마도 특이한 오로라 현상이 아닐까 의심할 뿐이다. 1890년 몬더는 ‘영국 천문학 협회(British Astronomical Association)’를 조직하여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을 지원했다. 왕립 천문학회 회원인 그는 남녀 구분 없고 계층 구분 없이 천문학에 흥미를 갖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동생과 부인 역시 협회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종의 기원’이 출판되는 등 과학으로부터 기독교가 공격을 받자 신앙을 옹호하려 설립된 ‘대영제국 철학회(Philosophical Society of Great Britain)’의 총재를 맡는 등 기독교 신앙과 과학이 양립할 수 있음을 지지하려고 헌신했다. 몬더는 수많은 천문학 논문을 발표했을 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적도 저술했다. ‘그리니치 천문대’, ‘망원경 없이 할 수 있는 천문학’, ‘하늘과 하늘에 대한 이야기’, ‘행성에 생물이 살 수 있을까?’ 등 그가 작업한 교양 도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성경과 천문학’이다. ‘성경과 천문학’은 그가 천문학 뿐 아니라 성경에도 해박한 전문가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당시까지 알게 된 천문학적 사실과 구체적인 역사적 자료에 근거해서 성경에서 별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이 책은 황도 12궁을 비롯한 점성술과 천문학의 시작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성경에 나오는 별과 천문학적 사건들에 관한 이론들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단순히 언어를 옮기지 않고 그 당시 사용되던 표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내고 그것을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재구성하려고 했다. 원저자가 설명하려는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오늘날 기준으로 보더라도 옳은 과학적 묘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원저자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되 오늘날 기준으로 볼 때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잘못된 주장을 펴는 책이 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문맥상 수정할 수 없는 경우는 각주를 충분히 달아 따로 설명했다. 이 책을 출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 한국연구재단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보잘 것 없는 원고를 좋은 책으로 만들어 준 한국문화사 사장님과 이지은 팀장님을 비롯한 직원분들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무지한 말로 이치를 가리는 자가 누구니이까 나는 깨닫지도 못한 일을 말하였고 스스로 알 수도 없고 헤아리기도 어려운 일을 말하였나이다 내가 말하겠사오니 주는 들으시고 내가 주께 묻겠사오니 주여 내게 알게 하옵소서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에서 회개하나이다 (욥기 42장 3~6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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