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 하나로 이룬 꿈
열두 살 때는 지팡이를 짚었고, 열네 살 때는 마당 밖으로 나갈 수 없었어. 열여섯 살이 되자 완전히 걸을 수 없게 되고, 지금은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해.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하나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어!
하지만 이토록 잔인한 현실에도 단 한 번도 죽거나 숨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내 생각은 오직 하나뿐이야. 인생은 어떻든 헛되게 살면 안 된다는 것! 절대로 헛되게 살아서는 안 돼!
시련은 우리 삶의 스승이야. 비바람을 겪지 않고는 무지개를 볼 수 없어.
나는 일찍부터 죽음을 염두에 두어왔고 유서까지 생각해 놓았어.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죽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가족들에게 슬픔만 더 보탤 뿐인데. 이런 생각이 들면 나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아직 제대로 살아보지도 못했어!
죽음은 무능함의 일종이야. 무능하지 않다면 멀쩡히 잘 살아가야 해! 세상의 숱한 고난과 싸우면서 말이야. 나는 무능한 인간이 아냐. 그래서 죽을 수 없어.
사람이 살아가려면 반드시 꿈이 있어야 해. 내 꿈은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것이야. 이런 꿈은 내게는 좀 벅찬 것이겠지만. 나도 알고 있어. 내 앞에 놓인 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난과 불운이 도사리고 있으리라는 것을. 하지만 나는 마음만 먹으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을 굳게 믿어.
어떤 사람이라도 살아 있기만 하면 이 사회를 위해 뭔가 기여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도 비록 정상인과는 다른 방식이더라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만약 두 다리가 없다면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눈이 없으면 음악가나 연주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모두가 역시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