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만들면서 엄마, 아빠, 형제, 자매가 모두 모여 그림같이 살아가는 설정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반드시 그래야만 완벽한 가정이 아닌데 말입니다.
엄마가 없더라도, 아빠가 없더라도, 혹은 인종이 다르거나, 혈연관계가 아닐지라도, 함께 모여 살며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완벽한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삐약이 엄마》는 단순하고 재미있는 그림책이지만, 이 책을 만들고 나니 큰 숙제를 비로소 마친 듯 개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삐약이 엄마》가 많은 가족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저는 인형놀이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그 열정이 반세기 가까이 사그라지지 않는 바람에, 지금은 인형으로 그림책까지 만드는 인형 장난의 장인이 되어 버렸습니다. 왜 이렇게 인형을 좋아하는지 생각해 보니, 저에게 인형 장난은 일종의 탈출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던 어린 시절, 동화 속 공주님 얼굴을 한 인형은 제가 입을 수 없는 드레스를 입고, 제게는 불가능한 모험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나 봅니다. 제가 살고 싶은 세상 또는 삶의 모습을 인형과 함께 사진에 담으며, 거친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숨 돌릴 여유를 얻습니다.
《달 샤베트》는 첫 번째 창작 그림책《구름 빵(2014)》을 세상에 내놓은 지 6년 만에 선보이는 창작 그림책이었습니다. 세상일이 도무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서 책을 만들 자신감과 용기마저 사그라지려 할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 만큼 그림책이 좋았습니다. 잘하던 못하던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마음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짓고 그림을 그려서 아이들에게 보여 주자는 마음으로 작업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일류 요리사의 훌륭한 요리가 아니더라도, 내 아이들에게 맛있고 몸에 좋은 요리를 먹여 주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밥을 짓는다.’는 마음이랄까요. 어린이들이 《달 샤베트》를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가 사는 이 지구를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