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씨, 일본에서 일해 보지 않을래요?"
"일본이요? 좋아요!"
일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다운되었던 내 몸이 재부팅 되기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깊이 생각할 것도, 고민할 것도 없이 우선 오케이부터 외치고 나섰다. 일본은 이미 서너 번 정도 여행으로 다녀온 곳이었다. 일본여행을 추억할 때마다 함께 떠오르는 풍경은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그림을 그리는 내 모습이다.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 머릿속을 떠다니던 아이디어를 비행기 안에서 풀어내는데 정신이 팔려 언제나 돌아오는 하늘 길은 갈 때보다 훨씬 더 짧게 느껴진 것 같다. 일본, 특히 도쿄는 내게 있어 '디자인'이라는 단어 자체와 같은 무게감을 주는 이름이다. 그러니 디자이너로 도쿄에서 생활할 기회는 분명 쉽게 오지 않을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