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요?’ 지난 20여 년간 강단에 서며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것은 필자가 스스로에게 늘 던졌던, 또한 지금껏 가르침을 주시었던 대가(大家) 어르신들께 끊임없이 드렸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학창 시절에 겪은 좌충우돌 영어 학습 경험을 들려 줄 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사뭇 진지해지고 게다가 숙연해지기까지 하는 수강생들의 반응에 적잖이 놀라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런 이야기들을 좀 더 체계적으로 엮어서 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요컨대 이 책은 어떤 목적이 되었건,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기에 앞서 ‘한 언어로서의 영어 그 자체’에 관한 포괄적 이해를 다잡기 위한 일종의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어공부에 지름길이 있다고 한다면 필자는 당연히 동의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학습자들의 약한 마음을 이용한 갖가지 기괴한 방법들은 매번 우리들에게 부푼 기대와 쓰라린 좌절감만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포기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비록 지름길은 없더라도 가야할 길은 분명히 있는 까닭입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그 길을 정도(正道)로 믿고 찾으려 하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끝으로 부족한 사람의 원고를 흔쾌히 받아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배려하여 주신 한국문화사의 모든 관계자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의 깊은 고마움을 표합니다.
한동안 우리의 영어 교육에서는 읽기와 쓰기보다는 말하기와 듣기 영역이 강조된 적이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하고도 막상 외국인에게 말 한마디 못하는 실정이었으니 말하기와 듣기를 강조하는 교육 방향은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나 예상만큼의 실력 향상은 기대할 수 없었고 오히려 읽기와 쓰기를 무시한 결과, 학습자의 사고력 저하라는 부작용마저 낳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모든 외국어 학습의 선결 과제가 되어야 할‘문법’이 체계적으로 학습자의 사고에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즉, 언어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문법이 부실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쉽게 다가오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러면 논의는 다시“왜 과거의 문법 위주 영어 교육이 성공하지 못했는가”라는 반문에 직면하게 됩니다. 바로 그 질문이 본서의 집필을 가능하게 한 모티브가 되었으며, 그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다각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문법만을 위한 문법은 과감히 지양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장차 수준 높은 독해와 작문을 가능하게 하는 생산력 있는 문법서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단순한 나열식 암기가 아니라“도대체 왜 그럴까”에 대한 해답을 물 흐르듯이, 마치 강의를 듣는 것과 같이 친근하게 제시하였습니다.
둘째, 본서는 초급자를 위한 것이지만 책이 끝날 때쯤에는 더 이상 다른 문법서를 보지 않아도 되도록 단계적으로 수준을 높여 구성하였습니다. 책 한 권을 떼고도 아직 초보에 머물러 있다면 얼마나 허무하겠습니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여러분은 영문법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아울러 듣기와 말하기가 문법을 기반에 두고 있는 이유도 비로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셋째, 교재 내용에 대한 강의도 병행하였습니다. 혼자 공부한다 하더라도 전혀 무리가 없도록 하였지만, 그래도 일정한 진도를 견인해 줄 수 있는 교사가 있다면 그것은 굉장한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책의 구석구석에 온갖 정성을 다 들인 저자의 강의를 어느 때, 어느 곳에서든 볼 수 있다는 것은 책을 쓰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너무나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이런 편리함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와 같이 본서는 학습자들에게 영어에 흥미를 되찾는 것은 물론 각종 영어 시험 점수까지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의 열정이 한데 어우러진다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끝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언제나 진심 어린 도움과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한국문화사”의 모든 출판 및 교육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고마움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