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거기에 있었다. 음악이 나를 호출한다. 음악이 나를 인도한다. 음악이 나를 흡수한다. 시작도 끝도 없는 음악. 영원한 현재. 음악이 손을 내민다. 음악이 가슴을 연다. 음악이 나를 안아 준다. 음악이 자신의 전부를 우리에게 내어 준다. 음악 속으로 들어간다. 음악과 나는 영원에 다다른다. 음악이 여기에 있다. - 프롤로그
내가 만들었던 과거의 괴멸을 목격하고 있다. 이것이 나였고 이것이 내가 기록한 언어들이었고 이것이 내 삶이었기에... 과거가 건축한 내가 여기에 있기에, 다시 받아들이고, 더 많은 사랑을 기획하고, 한 발 더 나아갈 수밖에 없다. 상처는 더 깊어진다. 노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나를 바꾸고 싶다. 새로운 시를 쓰고 싶다.
꽃을 포식하며 그 몸이 지나간다. 눈뜨자 꽃그늘 속에서 나비가 나타났다. 점멸하는 나비, 나풀거리는 꽃잎, 나비를 삼킨 꽃의 입술. 그 사람, 조금 전에 부스러졌다. 나비의 날갯짓조차 소음이다. 눈 감자 나비와 나와 꽃이 먹힌다. 고요가 포만하다. 이생에 이별하고 후생에 연인으로 만나겠지만 이것을 이별이라 한다면 나는 이별하지 않으리 더 깊게 파헤치리 이별을 위해 나를 분할하리. 아무것도 아닌 나의 재생을 위하여 사랑은 절며 절며 이곳으로 건너왔지만 그 사람 나에게 들어왔지만 진달래처럼 나를 할복한 사람. 내장이 없어서 나는 울 수 없었다. 마른 비명 꽃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