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고 있나요? 어떻게 읽나요?
우리 집 6살은 시를 읽어요.
잠들기 전에 동시집을 들고 와 읽어 달라고 합니다.
그림을 보고 다섯 개의 동시를 신중하게 고르면 제가 읽어 줍니다.
우리 집 42살도 시를 읽어요.
손에 시집을 들고 다닙니다. 시집을 베개 옆에 두기도 하고,
식탁 위에 올려놓기도 하고, 바닥에 내려놓기도 합니다.
시를 읽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시를 읽고 있겠지요?
우리 집 45살도 시를 읽어요.
아니, 이제 읽기 시작했어요. 아니, 이제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그 시작은 시를 만화로 그리면서부터일 거예요.
시를 읽고, 이 시는 어떤 이야기를 숨겨 놓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히히 웃음도 나고 그랬어요.
여러분의 집에도 시를 읽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읽는지
궁금합니다. 시를 만화로 읽을 수도 있다는 거 얘기해 주고 싶어요.
이백오 상담소장과 고미숙 씨는 같은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 나는 고미숙 씨로 등장하는 내 친구에게 물었었다.
“어떤 남자라면 나와 싸울 수 있겠어?”
“오다기리 조 같은 남자라면 싸워서라도 내 남자로 만들겠어.”
만화에서 그 둘은 서로의 얼굴에 먹던 아이스크림까지 던지며 싸운다.
부끄러워 오랫동안 펴보지 못한 《이백오 상담소》를 보고 사랑스런 고미숙 씨가 언제나 함께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6호에 사는 두 남자와도 쓸데없는 얘기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싶어졌다. 조카의 손을 잡고 온 동네 놀이터를 휩쓸고 다니고 싶어졌다. 《이백오 상담소》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을 한 명 한 명 다 안아주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 마음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