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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이름:손영목

성별:남성

최근작
2023년 6월 <폭풍의 기억>

거제도 1

내가 태어난 곳은 거제도 옥포만의 작은 어촌, 내 인생의 소박한 꿈이 자란 곳이다. 유년 시절 길섶 자드락에서 수용소 포로들이 경비병들의 감시 속에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자기네 묘지를 조성하는 모습도 보았고, 외곽 철조망 사이로 피난민과 포로들이 물물교환하는 아우성도 목격했다. 그 강렬한 기억들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이 작품 집필 8년 진력은 주제 자체의 중압감 때문이었다. 수용소를 둘러싼 철조망은 도살의 칼날이 번득이고 유혈이 낭자한, 출구 없는 짐승의 우리나 다름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처절히 몸부림치고, 적과 동지를 가리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다. 친공.반공의 이데올로기는 그 야만적 상황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하나의 허구적 망상이었다.

거제도 2

내가 태어난 곳은 거제도 옥포만의 작은 어촌, 내 인생의 소박한 꿈이 자란 곳이다. 유년 시절 길섶 자드락에서 수용소 포로들이 경비병들의 감시 속에 느릿느릿한 동작으로 자기네 묘지를 조성하는 모습도 보았고, 외곽 철조망 사이로 피난민과 포로들이 물물교환하는 아우성도 목격했다. 그 강렬한 기억들을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이 작품 집필 8년 진력은 주제 자체의 중압감 때문이었다. 수용소를 둘러싼 철조망은 도살의 칼날이 번득이고 유혈이 낭자한, 출구 없는 짐승의 우리나 다름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처절히 몸부림치고, 적과 동지를 가리지 않고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했다. 친공.반공의 이데올로기는 그 야만적 상황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하나의 허구적 망상이었다.

붉은병꽃

이제껏 사십 년 이상 활동해오면서 가장 듣기 거북했던 말은, 작품성에 걸맞은 평가를 제대로 못 받아 애석하다는 위로였다. 만약 그 위로의 말이 타당하다면 문단의 구조적 결함이 문제지 내 탓은 아니지 않은가. 나도 사람인 이상 처음에는 솔직히 열을 안 받을 수 없었으나, 어느덧 쓴웃음으로 흘려들을 만큼 인간으로서 성숙해졌다. 아무튼 최고의 스토리텔러를 목표로 삼고 묵묵히 걸어온 내 문학인생의 그림을 요약해서 단정하면 대체로 성취와 좌절의 반복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욕심에 무리하지 않고 자기관리를 비교적 잘한 까닭에 큰 과오 없이 오늘에 이르렀으며, 나에게 앞으로 남아있는 나날도 같은 걸음과 모양새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여유로운 예감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폭풍의 기억

지금 시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근대사의 마지막 단락에 해당하는 시대역사를 소설문학으로 다루고자 한 이 작품은 노발리스가 말하는 당위성의 어느 쪽에다 대입하더라도 의미가 통하지 않겠나 하는 것이 필자의 욕심이다. 우리가 대한민국 독립을 논하려면 제국일본의 식민지시대를, 전체는 아니더라도 그 마지막 단락은 필수적으로 되짚어봐야 하고, 정부수립과 그에 뒤이은 6^25한국전쟁의 비극적인 과정을 꼼꼼히 천착해봐야만 그 이후의 국가발전과 민족주체성 확립의 근거가 튼실해지지 않겠는가 싶다.

할아버지는 네 편이란다

세속적 의미에서 제 인생 연장의 소중한 존재인 손자가 태어나 유년과 소년을 거쳐 어언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성장 과정을 하루하루 흐뭇하게 지켜보는 동안, 그로 말미암아 쌓여온 사랑과 기쁨과 관심을 소담하게 담은 한 그릇이 이 책입니다. 처음은 아이가 유치원 다니기도 전에 할아버지 사랑한다, 답신 안 해도 읽어만 주면 된다는 뜻을 제 어머니 핸드폰 빌려 전해온 가슴 찡한 문자메시지가 시작이었지요. 나는 그에 대한 답신은 일부러 종이편지로 써서 우편으로 부쳐 보내며 잘 모아 보관하라고 시켰답니다. 나중에 커서 본인은 기억 못 하는 자기 어릴 적 모습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사랑의 선물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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