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세상을 건네주는 배, 그것이 책이란다
어느 날, 공부하고 있으려니 했던 아이가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공부에 지쳐 머리를 식히나 보다 생각했지요. 그런데 시간이 한참을 흘렀는데도 그렇게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엄마, 마음이 심한 가뭄에 말라붙은 논바닥 같아요. 어떤 감정도 느낄 수가 없어요. 며칠 있으면 수학여행인데 마치 남의 일만 같아서….”
그때 한 가지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꺼내 아이에게 건넸지요.
“이 책이 네 마음을 촉촉하게 해줄 수 있을 거야. 어차피 공부도 안 되는데 억지로 책상 앞에 앉아 있지 말고 이 책을 읽어봐.”
그렇게 해서 아이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읽게 되었습니다. 평소 아이는 책 읽는 것을 즐기지 않았습니다. 판타지 소설 몇 권을 빼고는 제대로 읽은 책이 없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날 아이의 방엔 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었고, 간간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뒤로 아이는 마음이 아플 때마다 약을 처방하듯이 책을 처방해주기를 원했습니다. 당연히 책을 좋아하게 되었고, 늘어나는 독서량만큼 아이의 생각도 표현 능력도 부쩍부쩍 자랐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책읽기가 흥미를 불러일으켰던 것이지요. 아이는 책이 주는 감동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 스스로 독서 노트까지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감명 깊었던 책 한 권 큰 소리로 말할 수 없었던 아이가,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논술시험에서 은상을 차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특히 공부하는 자녀를 둔 부모님에게는 중요한 화두이기도 합니다. 저는 상황에 맞는 독서법을 권합니다. 현재의 마음 상태와 자기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여 그에 알맞은 책을 읽는다면 사고력과 이해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부모님이 상황에 맞는 책을 골라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책을 읽고 난 뒤 내용을 줄줄이 꿴다고 해서 성공적인 책읽기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책의 주제나 저자의 주장을 자신의 시각으로 재구성해보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독서 자세는 마음이 움직였을 때 저절로 갖춰지는 것입니다. 아이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알맞은 독서가 이루어진다면 판단력은 물론 사고력, 이해력, 토론 능력까지 자연스럽게 향상되지 않을까요? - 저자 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