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문학은 전시대와 비교되면서도 정치적이고 집단적인 경향에서 벗어난 개인성, 일상적인 욕망이 대두한 시대라고 평가된다. 그러나 이 개인성과 일상의 욕망이라는 것이 결코 정치나 역사 같은 거대담론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편자들의 판단이다.
그러므로 90년대의 일상성과 개인의 정치학은 나의 몸속으로, 주변의 관계와 일상적 순간 속으로 스며든 집단과 관계, 정치, 제도들을 근본으로부터 회의하면서 발견하는 성숙의 표지로 읽혀야 한다. 다양한 고민과 관심을 담고 있는 소설들을 통해 우리는 90년대를 더욱 다면적이고도 깊이 있게 사유할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대는 아직 진행중이다. 정의내릴 수도 없고 평가하기도 이른 수많은 문학적 실험들이 분분하다. IMF이후 더욱 가속화된 자본주의의 한중간에서 때로 외로워하고 때로 연대하는 이웃들의 모습, 전망 없는 청춘들이 쏘아올린 상상력의 폭죽은 우리 시대의 문학을 다채롭게 물들이고 있다. 아득하게 어둡고 불안한 우리 시대의 내면이, 그러나 거기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 영토를 개척하려 하는 젊은 작가들의 생기발랄이 마주치는 장면은 새로운 즐거움이 될 것이다.
80년대는 익히 알려져 있듯이 집단의 시대였고 진보를 향한 열정의 시대였다. 개체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우리들 삶의 민주화를 모색했던 작가들의 한 시대가 여기에 있다. 올해는 87년 민주화 항쟁이 만 2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까마득한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때의 열정과 분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오래지 않은 과거일 것이다.
당대의 문제성을 생생히 담아냈던 당시의 작품들과 여전히 그 문학적 고투의 길을 멈추지 않은 결과라 할 만한 최근의 작품들을 함께 실었다. 한 시대의 고민이 변화와 성숙을 거듭하며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