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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송기원

성별:남성

출생:1947년, 대한민국 전라남도 보성군 (게자리)

사망:2024년

직업:소설가 시인

최근작
2023년 10월 <늙은 창녀의 노래>

누나

저는 ‘누나’라는 이 청소년 소설이 태어난 것은 80년 가까운 저 까마득한 시공간을 건너뛰어, 양순네의 뱃속에 혹부리라는 태아가 남산만 하게 들어 있던 시절부터라고 지금도 믿고 있습니다. 그때 많은 사람들로부터 혹부리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그 태아는 절대로 세상에 태어나면 안 되는 흉측한 괴물이었습니다. 그 혹부리 앞에서 양순이는 양순네의 두 다리를 움켜잡은 채 맨땅을 나뒹굴며 울부짖습니다. “혹부리를 두고는, 나는 절대로 못 가요.” 그런 양순이 앞에서는 양순이를 데리러 온 양순이의 친아빠가 곤혹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혹부리라니?” “혹부리가, 혹부리가, 없으면, 나도, 죽어요.” 양순네의 뱃속에서 혹부리는 양순이를 그대로 흉냇짓하면서 함께 울부짖고 있습니다. 그런 양순네와 혹부리와 양순이 뒤로는 가메뚝의 끝순이와 대복이, 정님이가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양순네가 자진하고, 또 양순이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난 다음에, 혼자 남아 작가가 된 혹부리는, 정작 ‘누나’라는 청소년 소설을 쓴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바로 양순네며 양순이며 끝순이며 대복이며 정님이라고 굳게 믿습니다. 양순네의 뱃속에서부터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양순네며 양순이며 양순이의 친아빠 같은 여러 사람들을 헤어지게 하고 흐느끼게 하고 몸부림치게 한 흉측한 괴물 혹부리가 어찌 감히 ‘누나’라는 청소년 소설을 썼겠어요.

단 한번 보지 못한 내 꽃들

꽃들이 내게는 여성적 이미지도 있지만 깨달음의 상태라는 이미지도 있다. 삶의 어두운 이미지로부터 자유로워진 감각 같은 것도 일종의 깨달음일텐데 그런 것들을 꽃을 통해 드러내주고 싶었다.

또하나의 나

두 해 남짓 불씨 하나를 간직한 채, 세상일 거두어 버린 처사가 되어 절 주변을 맴볼았습니다.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토굴 속에서, 때로는 서해안의 빈집에서, 애오라지 불씨 하나를 바랐지요 그렇게 하릴없이 '이 뭐꼬?'를 반추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꿈결인 듯 연꽃으로 피어나, 화두며 불씨마저 놓아버린 채, 사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 잠든 것은 연꽃일까요? 나일까요? 아니면 또하나의 나일까요?

사람의 향기

여기에 묶은 단편들은 주로 어린시절이 그 시대적 배경을 이룬다. 거기에는 이따금씩 무슨 고명처럼 현재의 내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내 역할이란 고작해야 어린시절로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문열이'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 속에 나오는 어린시절의 나 역시, 주인공을 따라 다니며 그가 하는 말이며 몸짓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화자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나온 일련의 소설들이 '사촌 아부지', '정애 이야기', '폰개 성', '울보 유생이', '바보 막둥이', '헤조갈래', '끝순이 누님' 등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소설을 써오면서, 이런 식을 내 주변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본 적이 없다. 언제 어느 장소에서나 소설 속의 주인공은 나 자신이었으며, 주변의 인물들은 에오라지 나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필요한 조연 내지는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중략) 어쩌면 이번 작품집에 묶인 일련의 단편들은 가까스로 자의식에서 자유로워진 내가 비로소 사물들 본래의 빛깔을 되찾으려는 몹시 조심스러운 시도인지도 모른다. 저 무성한 자의식 아래서 한때 나의 어린 시절 또한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은 기억으로만 일관되었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 어린시절이 이제야 비로소 자의식의 단색에서 벗어나 저마다 고유의 제 빛깔들을 내보이려 하고 있다.

안으로의 여행

돌이켜보면 마흔 언저리에서부터 비롯하여 십 년이 넘도록 나는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캄캄한 어둠 속을 헤맨 셈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구원처럼, 아니 눈부신 보석처럼 어떤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엉뚱하게도 고통이었다. 고통의 연꽃 위에 고요히 앉아 있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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