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오슬로에 살며 해리의 이웃에서 그의 이야기를 써왔다. 《데빌스 스타》는 해리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그래서인지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 같았고 몇 번을 고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슬로 곳곳을 어느 때보다 꼼꼼히 조사하고 파헤쳤지만 글은 의외의 장소에서 시작되었다. 태국에서 암벽등반을 하면서 소설 대부분을 써낸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 안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장면들을 써내려갔다. 완벽한 살인에 대해. 누구의 눈길도 끌지 않는 퀵서비스 배달원과 회전식 빨랫대의 소음, 언더워터 술집, 그리고 물침대.
이 책을 쓰기 위해 1년 반의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퇴고까지 마친 순간, 문득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난 산뜻하게 삭제 버튼을 클릭했다. 놀랍게도 그 순간 많은 것들이 떠올랐다. 전혀 새로운 인물들과 장면들, 그리고 완전히 달라진 해리가. 다시 1년이 흐른 후 나의 가장 길고 복잡한 해리 이야기 《레오파드》가 태어났다. 내가 소설을 삭제할 때 아무 말 없이 지켜봐준 편집자에게 감사한다.
코맥 매카시가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과 코언 형제가 동명의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같지만, 두 작품은 결코 불필요한 중복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을 다시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책은 두 번 읽는다 해서 불필요한 중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새로운 독자, 새로운 화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야기가 새로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코맥 매카시가 소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과 코언 형제가 동명의 영화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은 근본적으로 같지만, 두 작품은 결코 불필요한 중복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을 다시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책은 두 번 읽는다 해서 불필요한 중복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새로운 독자, 새로운 화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이야기가 새로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끝낸 후, 그러니까 기적적으로 여객기를 착륙시켰으며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충동적이고도 초조하게 다음에 띄울 여객기를 생각한다. 목마름이라고 불러도 좋다. 작가가 작품 속 인물을 닮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이번에는 정말로 닮았을까 봐 걱정이 된다.
나는 작가이자 뮤지션이며 경제학자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한 일은 바로 택시 기사였다. 조그만 택시를 몰아 내가 사는 작은 동네를 몇 시간이고 돌았다. 사람들을 관찰했다. 사람들이 가진 이야기를 파고들었다. 그 관찰의 시간이 해리 홀레의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영감이 되어주었다.
나는 오랫동안 오슬로에 살며 해리의 이웃에서 그의 이야기를 써왔다. 《데빌스 스타》는 해리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그래서인지 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 같았고 몇 번을 고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슬로 곳곳을 어느 때보다 꼼꼼히 조사하고 파헤쳤지만 글은 의외의 장소에서 시작되었다. 태국에서 암벽등반을 하면서 소설 대부분을 써낸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 안에 비밀스럽게 자리한 장면들을 써내려갔다. 완벽한 살인에 대해. 누구의 눈길도 끌지 않는 퀵서비스 배달원과 회전식 빨랫대의 소음, 언더워터 술집, 그리고 물침대.
《팬텀》의 또 다른 주인공은 오슬로, 엄밀히 말해 폭력과 마약에 찌든 ‘어두운’ 오슬로이다. 물론 소설의 반은 허구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써온 어떤 소설보다 철저한 취재와 사전 준비를 했다고 자부한다. 독자는 물론 소설의 화자조차도 해리가 어느 지점에 도달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이야기를 부디 즐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