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자리에 적히는 작가 약력을 신경 쓰는 사람은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뿐이다.
제목을 보고 책을 샀다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작가 약력을 보고 책을 샀다는 사람을 본 기억은 없다.
짧게 설명하자면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먹은 흔하고 맛있는 안주에 관한 기록이다.
작가와 동명이인이 많은데도 이 책을 살피는 당신은 술꾼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주소를 잘 찾아왔다.
얼마나 외로우면 당근마켓에서 술친구를 찾는 걸까. 나는 그 황당한 글에서 왠지 모를 간절함을 느꼈다. 그런데 외로운 사람은 작성자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꽤 많은 이용자가 그 글에 관심을 보이며 ‘하트’를 눌렀다. 작성자와 채팅까지 한 이용자도 몇 명 있었다. 그날 거래는 성사됐을까. 성사됐다면 그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무슨 이야기를 나눴을까. 소주는 민망함을 허물고 서로가 서로에게 건너갈 수 있게 해 주는 징검다리가 돼 주지 않았을까. 그런 상상이 모여 소설의 씨앗이 됐다. 우리가 아무리 비대면 시대를 산다고 해도,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람의 온기가 없으면 시드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