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마다 전술을 바꾸지 않는 군대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나폴레옹-
지금까지 우리 군은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 6.25전쟁 때 북한의 남침을 격퇴하였고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을 막았으며 국제평화유지 활동을 통해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커져만 가는데 효과적인 대응책은 미흡하다. 북한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대칭 위협을 키우고 있는데 우리 군의 선택과 집중은 쉽지 않다. 역대 정부가 외쳐온 국방개혁에 대해 ‘개혁’이 아니라 ‘개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고 개혁 피로감도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우리 군은 힘든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인구절벽으로 인해 병력 감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재정절벽으로 인해 국방예산의 획기적인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우리 정치권의 포퓰리즘은 ‘튼튼한 국방’과는 거리가 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군은 정부나 기업보다 능률적인 조직이었지만 지금은 그러하지 못하다. 지금의 우리 군은 몸은 비대하고 팔다리는 허약한 체질이다. 다이어트(군살 빼기)가 필요하지만 정작 실천은 쉽지 않다.
국방부에 오래 근무한 덕분에 우리 군을 자세히 보고 오래 보게 되었다. 자세히 보면 사랑하게 마련이지만 멀리서 보는 것과는 다른 모습도 보기 마련이다. 오래 보고 자세히 보아 느낀 국방에 관한 이야기를 누구나 읽기 편하게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꼭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 공무원 시각에서 본 국방에 대한 생각, 우리 군이 이렇게 발전하면 좋겠다는 견해 등을 이 책에 담았다.
제1장에서는 우리나라 군대의 이름이 ‘국군’이 된 사연, 오늘날 우리 국방의 딜레마, 대북 선제공격과 관련한 국내 정치적 환경, 인구절벽이 가져올 국방에 대한 영향, 그리고 계엄제도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제2장에서는 국방부에 대한 이야기를 모았다. 정부 수립 이후 국방부의 간략한 역사, 방위사업청이 국방부에 미친 영향과 방산비리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역대 국방장관의 면면들을 살펴보면서 한국 현대사의 모습을 더듬어 보고자 했다. 국방부와 용산에 관한 지난 역사는 기록 차원에서 정리했다.
제3장에서는 국방예산에 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하면서 국방예산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 국방비는 어떻게 구성되고 어디에 얼마나 지출되는가, 적정 국방비는 어느 정도여야 하는가, 앞으로 군인연금이 국방예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국방예산 중에서 전투력 발휘에 기여하지 못하는 예산은 무엇인가 등을 살펴보았다. 예산 이야기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숫자가 등장하지만 지루하지 않게 적고자 했다.
제4장에서는 우리나라 군대 문화를 살펴보았다. 문화를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지만 우리 군의 진급지상주의, 조직문화, 병영 내 사건·사고, 군대 내 언어폭력, 군 면세양주 제도, 군 골프장, 그리고 보고서와 회의 문화 등을 사례 중심으로 엮어 보았다.
제5장에서는 국방부에서 바라본 국회 이야기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구성,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 제도의 현실과 문제점,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그리고 국회 보좌관과 속기사들의 세계 등을 구체적 자료를 가지고 편하게 이야기 식으로 적어보았다.
마지막 제6장에서는 군 공항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 국방대학교와 특전사령부의 지방 이전과 관련된 갈등관리 사례 등을 직접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필자를 두고 하는 말인 듯싶다. 1980년 공무원이 되어 2014년 퇴직할 때까지 방위사업청 근무 1년을 빼고 국방부에서만 근무했다. 필자와 함께 국방부에 왔던 공무원 동기들은 모두 다른 부처로 자리를 옮겼다. 잘생긴 나무들은 일찌감치 사람들이 알아보고 더 좋은 재목으로 사용되기 위해 산을 떠났다. 못생기고 쓸모없다 보니 평생을 국방부에 있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군인이 아니면서 국방부에 30여 년간 근무한 어느 공무원의 국방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연구 분위기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의 시공간적인 배려에 감사드린다.
2017년 3월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