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색한 변명
겁 없이 내갈겼던
수많은 단어들이
제멋대로 날뛰다가 지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덕지덕지 먼지를 뒤집어 쓴
글을 보며
더 써야하나 그만둬야 하나
갈등이 깊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그래도” 라는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묵은 세월을 털어냈습니다.
2020년 봄
월악산 아래 산촌에서
유영호
시인의 변
나의 글 세계는 그림자입니다.
이 땅의 주인이면서도
머슴으로 살아가는 들피진 육신들이
뿌리내리고 사는 땅이
내 글이 자라는 밭입니다.
게으름 한 번 피운 적 없지만
늘 허기진 사람들
조상에게 물려받은 가난을
천형으로 알며
하소연조차 뱉을 곳이 없어
쓰디쓴 소주잔에 타서
마셔야 하는 사람들
내 글은
그들의 땅과 눈물을 먹고사는
이 땅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생아입니다.
이 글들은
어둠 속에서만 자라 눅눅하기에
햇볕 좀 쪼이려고
세상에 내어 놓는 것이니
부디
손가락질은 하지 말아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