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1958년. 그 때 내가 부임한 학교에는 도서관이 없었다. 책이 있다면 교무실 책장에 여러 가지 서류와 함께 이솝우화집이 한 권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 책을 수업이 끝나고 방과 후에 어린이들에게 읽어주었다. 그 때 동화에 목말랐던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더 읽어 줄 책이 없었다. 어린이들에게 더 이상 꿈을 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솝이야기 같은 것은 우리나라 옛날이야기에도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부터 나는 전래동화를 수집하였다. 그리고 전래동화를 재구성하여 어린이들에게 읽어주다가 동화를 쓰는 작가가 되었다.
지금은 훌륭한 동화가 넘쳐나고 있다. 거기다가 외국 동화까지 수입되어서 어린이들이 읽을거리가 풍성하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이처럼 읽을거리가 많아졌지만 어린이들의 생활환경은 이전의 어린이들보다 더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전의 어린이들은 먹을 것도 읽을 것도 부족했지만 부모님의 사랑 속에서 작은 꿈이나마 꿈을 꾸며 자랐다. 그러나 오늘날의 어린이들은 부모와 떨어져 불행하게 사는 어린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는 이 시대에 불행한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동화를 선물하고 싶었다. 어려운 처지와 역경을 이기고 힘차게 일어서는 꿈… 그것이 내 동화의 소재이며 주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새 힘을 얻고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끝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주신 김미식 화가와 해설을 써주신 문학평론가 김현정 교수에게 감사드린다.
2019년 봄
영혼의 갈증을 풀기 위한 성지기행
나는 오래 전 젊은 날부터 성지순례를 꿈꾸며 살아왔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은퇴한 후 세 차례에 걸쳐 성지순례를 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민족의 출애굽코스를 따라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에 있는 성지를 순례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소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와 그리스에 있는 성지를 탐방하는 것이었고, 세 번째는 아르메니아인들이 이란에서 온갖 핍박과 고난을 받으면서도 십자가를 지킨 이란 교회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성지순례를 하게 된 것은 내 영혼이 뭔가 갈증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를테면 내가 가지고 있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전이나 결단하는 능력이 부족한 데서 오는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때로는 내 믿음은 하찮은 것에도 잘 흔들렸고, 조그만 시험이 와도 당황하고 허둥대었다. 때로는 끝없는 욕망과 다투어야 했다. 나는 거듭나지 못하였다. 한마디로 말해서 남루한 인생이었고 내세울 것이 없는 부끄러운 존재였다.
나는 뒤늦었지만 이러한 삶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새로운 푯대를 향하여 달려가고 싶었다. 그리고 인생이란 무엇인가 깨닫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성지로 달려가서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만나고 싶었다. 신앙을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내던진 수많은 순교자들의 목소리도 듣고 싶었다. 왜 그들은 자신을 부정하고 인생을 버렸을까. 나는 성지순례 중에 이런 해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마다 내 영혼이 깨어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내 삶에는 몇 가지 변화가 왔다. 첫째가 믿음의 확신이고. 둘째는 나 자신의 삶을 대한 여유를 갖게 되었고, 셋째는 내 이웃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내 모든 것을 버리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이런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어리석음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다시 성지순례를 다녀와야 할런지 모르겠다. -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