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이 되던 해, 저는 처음으로 부엌칼을 쥐었습니다. 작은 손으로 칼을 쥐고 떨리는 마음으로 사과를 자르던 그 순간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열여섯 살에는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낯선 도시, 그곳에 사는 사람들, 그들이 사는 방식, 새로운 문화와 예술 등 모든 것이 새로웠고, 때로는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그 신선한 만남 속에서 무엇보다 제 호기심을 자극하고 오감을 깨워 일으킨 것은 음식이었습니다. 세상에 그토록 다채로운 먹을거리가 존재하리라고는 꿈에도 몰랐거든요. 여행을 하며 느낀 점을 끼적거리던 것이 전부였던 저의 수첩은 어느새 새로 알게 된 요리와 어떻게 해서든 찾아가 배운 요리법으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여행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재래시장을 찾는 습관도 생겼습니다. 그 고장 사람들이 매일 먹는 음식, 혹은 오래 전부터 먹어온 음식, 그러나 저는 상상해본 적도 없는 재료와 방식으로 만든 음식을 만날 생각을 하면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습니다. 마음을 휘젓는 흥분을 달래기 위해 시장으로 달려가 아주머니들에게 조리법이며 재료의 효능 따위를 꼬치꼬치 캐묻는 것은 이제 제 일상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