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소설의 재료가 될 만한 허구적인 이야기를 찾아 헤매던 나는 마술사가 관객의 주의를 엉뚱한 곳으로 돌려놓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기억해 냈다. 이것은 모든 마술의 핵심 가운데 하나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소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술사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주의를 끌어들이지 않는 상태에서 특정한 이미지와 아이디어와 행동을 관객 앞에 내보임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이제부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나름대로 가정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마술사가 아직 셀로판 포장지도 뜯지 않은 새 카드 한 벌을 꺼내는 순간을 생각해 보자. 포장을 뜯고 갑을 던져 버린 다음, 카드를 쫙 펼쳐서 보여 주고 마술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자기가 보는 앞에서 카드 갑의 포장을 뜯었다는 사실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입증한다고 가정한다. 첫째, 조금 전에 포장을 풀기 전까지 봉해져 있었다. 둘째, 따라서 마술사는 어떤 식으로든 이 카드를 가지고 장난을 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술사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왜냐하면 사실은 옿려 그런 관객들의 가정과는 정반대일 가능성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그 마술사는 관객들의 관심을 호도한 것이고, 관객들이 미처 마음의 준비를 갖추기도 전에 이미 속임수는 시작된 것이다.
... 나는 이 서문을 가지고 이미 여러분을 엉뚱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