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그 나이면 어린애가 아닌데 그때까지 저는 엄마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때의 제 마음이 어땠냐 하면, 정전이 되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불이 안 들어와서 계속 캄캄한 집에 있는 것 같았어요. 또 밤이 되어서 자고 나면 아침이 올 줄 알았는데 여전히 밤이 계속되는 느낌이었고요. 그렇게 어둡고 슬픈 마음으로 가을 겨울을 보냈습니다.
몇 해 전, 엄마를 잃고 몹시 슬퍼하던 후배를 가까이서 지켜본 일이 있었어요. 후배는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날마다 울면서 지냈습니다.
그때 후배 엄마가 그 모습을 보면 마음이 어떨까를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후배 엄마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천국으로 가는 발길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어요. 예전엔 몰랐지만 지금은 저도 엄마라서 엄마 마음을 알 수 있었거든요. 저는 오래 전 제 모습을 떠올리며 진심으로 후배를 위로해 주었어요. 그리고 생각했던 것들을 얘기해 주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오래도록 아프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별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고 더 씩씩해져야 합니다. 성숙해진 마음으로 내 곁에 있는 가족 친구 이웃들을 더 많이 사랑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러분, 헤어짐을 직접 경험해야만 이런 깨달음을 얻는 걸까요?
아니오. 우리는 문학 작품을 통해서도 다른 사람이 겪은 일을 간접 경험할 수 있어요. 그리고 그 경험들이 우리를 더 멋진 사람으로 자라게 해 줄 거예요.
이별의 충격에서 씩씩하게 빠져 나오는 법을 알게 되고, 더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죠. 외로운 친구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고, 마음 아파 울고 있는 친구를 위해 함께 울어 줄 수도 있죠. 부디 그런 친구를 만나고, 또 그런 친구가 되어 주세요.
어떤 모임에서 저는 아래와 같은 물음을 던진 후 의견을 들은 적이 있어요.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 내 옆에 누가 있으면 좋겠습니까?”
그날 가장 잊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은 시각장애를 가진 젊은 여성이었습니다.
“우리 엄마요!”
숲에서 길을 잃었을 때 그분은 꼭 엄마랑 같이 있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엄마 살아생전에 우린 많이 싸웠어요. 엄마는 눈이 안 보이는 저를 위해 정성을 다했어요. 늘 저를 위해서 기도했고, 저한테도 늘 기도하라고 하셨어요. 그때마다 저는 악다구니처럼 외쳤어요. 엄마,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말을 왜 지금해? 기도하면 내 눈이 번쩍 뜨이기라도 한단 말이야? 어리석은 말 좀 그만해! 저는 이렇게 엄마한테 상처 주는 말만 골라 했어요.”
그분 목소리에는 물기가 배어 있었고 좌중은 숙연해졌어요.
“저는 엄마 얘기만 하면 눈물이 나요. 아마 그건 제가 엄마한테 미안하고 고마웠다는 말을 못 하고 헤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잠시 숨을 고른 뒤 그분은 덧붙이셨어요.
“만약 숲에서 길을 잃으면 저는 엄마랑 팔짱을 끼고 이런저런 얘기 나누며 길을 찾아 나오고 싶어요. 그러고 이번엔 잊지 않고 꼭 말할 거예요. 엄마, 나 때문에 많이 속상했죠? 미안해요. 늘 내 걱정에 눈물짓고 나를 위해 기도했던 엄마, 고맙고 사랑해요, 라고요.”
소중한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지금 하세요. 그분은 당신이 마음을 전할 때까지 천 년 만 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늦기 전에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말하세요.
간드룩은 히말라야라는 대자연을 품은 작은 마을입니다. 그곳에서 저는 하늘이나 땅, 산이나 강, 바다나 호수처럼 ‘사람도 하나의 자연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습니다. 여행은 자연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경험 중 하나입니다.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여행을 많이 다니세요. 멋진 친구들을 사귀고 날마다 새로운 꿈을 꾸면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