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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문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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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증강 인간>

나를 찾아가는 344가지 질문들

질문의 소중함에 대하여 1인 가구 500만 명 시대를 맞아 ‘혼밥족’과 ‘혼술족’이 늘고 있다. 혼자 밥을 먹고(혼밥) 혼자 술을 마시면서(혼술) 자기 자신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늘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종종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하는 사례만 봐도 그렇다.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스테판 부커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짜 자기 모습을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가장 솔직하게 답할수록 효과가 크다고 강조하는 것도 다 의미가 있을 터다. 이 책은 이렇다 할 목차도 없이 그저 ‘시작해보자’라는 한 마디로 시작된다. 오직 질문에만 집중하자는 뜻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질문들로 차고 넘친다. 대단한 기술은 필요 없다. 지쳐 있거나 일에 진전이 없을 때조차 생각 없이 화살표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새 오롯이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빠질 수 있다. 다양한 분야의 크리에이터 40여 명이 제시하는 질문들이 상당하다는 점도 특이하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선배나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듯이, 창의성으로는 뒤지지 않는 각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가상 대화를 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질문을 던지는 크리에이터를 잘 몰라도 상관 없다. 지면으로나마 무심한 듯 툭 서로의 창의성에 영향을 주고 받으면 그만이다. 업무와의 관계, 고객과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 등을 통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입장까지 다각도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책장을 넘길수록 세상의 이치를 관통하는 듯한 통찰력마저 느껴진다. 어쩌면 고도로 설계된 심리 치료 서적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북을 연상케 하는 지면의 다양한 색깔도 눈에 띈다. 내용과 디자인에 신경 썼다는 저자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영문을 국문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폰트 조절이 불가피한 부분도 있었으나 불편함은 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읽는 책이 아니라 여백에 ‘답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번역할 때 한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꽤 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질문을 통해 내 자신을 돌아보는 마법에 걸린 탓이다. 오직 질문에만 집중해 달라는 저자의 의도가 불러온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었다. 이 책을 집어 든 독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스스로에 대해 파헤쳐보길 바란다. 이 책과 펜을 꺼낼 여유만 있다면 어느 장소라도 상관 없다. 이 책을 계기로 그간 알지 못했던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혼답족’이 늘어났으면 하고 바라 본다. 그럼 시작해보자.

증강 인간

지난 2016년 스마트폰에 독특한 '현실'이 나타났다. 스마트폰으로 실제 거리와 장소를 비추면 가상의 괴물 캐릭터가 바투 등장하곤 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괴물을 잡기 위해 도로와 공원 등을 누볐다. 바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고(Pok?mon Go)' 얘기다. '포켓몬 고'는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위치 정보 시스템과 증강현실 기술을 결합한 게임이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18년 7월까지 2년간 '포켓몬 고'가 창출한 수익은 약 18억 달러에 달한다. 경제 잡지 「포브스」는 "이는 「타이타닉, 「아바타」, 「인피니티 워」 등의 영화가 벌어들인 것보다 많은 규모다."라며 "요즘에도 '포켓몬 고'는 하루 평균 200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은 이용자가 자신의 상황에 몰입하게 된다는 점에서 사뭇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포켓몬 고'만 보더라도 AR과 VR의 차이점은 여실히 드러난다. VR은 전용 안경이나 HMD 같은 장치를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하지만 AR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기처럼 일상 제품만 있어도 활용 가능하다. VR은 이미 만들어진 가상의 환경 속에 몰입하는 만큼 일종의 어지럼증을 느낄 수도 있지만 AR은 가상의 객체가 입체적으로 나타나 신체적 반응이 적다. VR은 아직까지 게임과 좁은 의미에서의 홍보 등에 국한돼 있지만 AR은 게임을 넘어 건강과 교육 등 '인간'의 삶 자체를 증강하는 모든 범위를 아우른다. 제5차 산업혁명에서는 인간이 플랫폼이 될 거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주목해볼 만한 대목이다. 이는 저자인 헬렌 파파기아니스가 강조하는 AR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AR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저자는 이 책에서 AR 연구자이자 전도사로서 현장에서 접했던 다양한 AR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그냥 지나칠 법한 소박한 거리에서 역사적인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젝트는 차라리 평범하다. 시력을 잃은 사람에게 소리와 진동으로 상대방을 인식할 수 있게 하거나 식이 조절이 필요한 환자에게 가상의 맛으로 만족감을 주는 프로젝트가 이미 우리 현실에 들어와 있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이다. AR은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 실제 세상에 있는 '삶'이자 '인간 중심'의 마법이라는 저자의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이 책은 AR 프로젝트를 완성할 때 필요한 툴에 대한 구체적인 사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AR로 구현한 눈에 띄는 프로젝트와 앱의 특징을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AR이라는 기회가 비단 특정 전문가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AR에 관심이 있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는 저자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주요 프로젝트마다 친절하게 병기해 놓은 URL을 따라가기만 해도 AR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감이 잡힐 것이다. 초보자들은 꼭 필요한 영양을 보충하는 이유식처럼, 숙련자들은 한 템포 쉬어 가는 담백한 건강식처럼 느껴도 좋다. 캄(calm)테크놀로지나 전자 섬유 같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도 적지 않게 등장한다. 새로운 수단으로써의 가치를 갖고 있는 AR을 설명하는 데 있어 신조어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이 모든 것의 가치는 결국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점을 저자는 묵묵히 강조한다. '포켓몬 고'가 단순히 괴물을 잡는 게임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관심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약 20여 년 전에 포켓몬 게임을 즐겼던 세대가 부모 세대가 되어 자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이 있었기에 진정한 스테디셀러가 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상상대로 사후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줄 가상의 에이전트가 실제로 등장한다면 은근히 공포스러울 것 같다. 인간의 상상력은 끝이 없으니 어쩌면 그보다 더한 현실 앞에 놓일지도 모르겠다. 제2의 '포켓몬 고'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은 진화 중이고 그만큼 AR과의 거리도 가까워지고 있다. 누구에게라도 이 책이 자신만의 '현실'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Beyond Bullet Points 3/e

"커다란 화면에 담겨 있는 단 하나의 그림. 무슨 뜻인지 알아내기 어렵다. '무슨 의도로 저 그림을 보여주는 걸까?' 호기심을 갖고 집중할 찰나에 들려 오는 내레이션. 차분한 목소리가 친절하게 그림을 설명해준다. 그제야 무릎을 탁 치는 시청자!" 영상 광고를 보여주는 상황이 아니다. 이 책의 저자 클리프 앳킨슨(Cliff Atkinson)이 제안하는 BBP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다. 글머리 기호는 물론 깨알 같은 글씨와 화려한 도표 등이 가득한 기존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클리프 앳킨슨은 프레젠테이션에서 글머리 기호를 없애자는, 이른바 'BBP(Beyond BulletPoint)' 접근법의 공인 전도사(evangelist)다. 지난 2005년 내놓은 책에서 보여준 그의 BBP 사랑은 세 번째 개정판으로 이어지면서 더 깊고 단단해진 듯하다. 1판이 각종 언론 매체의 주목을 받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와 동시에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프레젠테이션 접근법이 무엇인지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3판은 전작에 대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이론과 더불어 활용 사례 중심으로 다듬어져 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영화보다 더 극적인 성공으로 이끄는 BBP 프레젠테이션 제작 방식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BBP 프레젠테이션의 스토리보드 만들기와 스케치 과정에서, 저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하나의', '단순', '요약'이다. 슬라이드 하나당 한 개의 이미지로 충분하며, 화면에 나타나지 않은 핵심 내용, 즉 정말 전하고 싶은 내용은 발표자의 목소리로 채워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인지 과학 전문가들과 멀티미디어 학습 분야의 연구자들이 차례로 내놓은 연구들도 이러한 저자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우리 단기 기억(작업 기억)은 한 번에 많은 내용을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우선순위에 따라 차례로 보여주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 또 이미지를 먼저 보여주고 그 내용을 말로 설명하면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는 이론들로, 단순하지만 꽤 실용적인 이 책의 '완소' 팁이다. 하지만 BBP 접근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청중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아무리 기발하고 훌륭한 기교를 활용한다 해도 청중을 배제한 채 '설득'이라는 프레젠테이션의 본질을 놓치면 결국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저자가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청중을 제삼자가 아닌 이야기의 중심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청중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진심으로 파악하면 된다. 간과하기 쉬운 프레젠테이션 기능 가운데 하나인 '발표자 도구'를 이용하면서 청중과 실시간 눈 맞춤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식상한 글머리 기호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 프레젠테이션 트렌드는 BBP 개념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듯하다. 글머리 기호와 글, 그림으로 뒤엉킨 화면을 강요하는 일방적인 프레젠테이션 시대는 이제 지났다. 그리고 이 책의 10장에 나온 사례들처럼 더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BBP 개념이 활용되고 있다. 감히 추측하자면 다음 성공 사례는 바로, 지금 이 책을 들고 있는 독자 당신이 될 것이다. 수많은 프레젠테이션 관련 책 가운데 이 책을 선택한 것만으로 이미 반은 성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독자들께서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감동을 줄 수 있는 프레젠터가 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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